[SW칼럼]허정무·최미나부부의 사랑 모델

이주현 엔터테인트먼트 홍보대행사'마젠타 시즌' 대표
2010년은 눈으로 시작됐다. 설 연휴를 마친 1월 4일, 뉴스에 ‘눈 폭탄’이란 말로 표현 되었을 만큼 펑펑 눈이 내렸다. 눈이 가득 쌓인 서울 풍경은 그림 엽서 속의 마을처럼 아름다웠다. 하지만 100년 만의 폭설로 차량 운행이 힘들어 도시전체가 마비상태가 되어버렸다. 택배 서비스조차도 영업을 하지 못한 매우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 다음날 저녁 지인의 집들이가 있었다.

국가대표 축구팀 허정무 감독님의 부인 최미나씨가 자리에 함께 했다. 화제는 전날 눈 폭탄을 무릅쓰고 출국한 허 감독님 이야기로 이어졌다. 차가 움직이지 못하는 날씨에 출국하느라 자택인 서초구 서래마을에서 고속버스터미널까지 부인과 함께 눈이 펑펑 내리는 길을 걷다가 인천공항까지 전철로 가셨단다. 같은 동네에 살아서 그 코스와 길이가 걷기에 만만치 않았었음이 짐작되어 깜짝 놀랐다. 그래도 허 감독님은 언제 또 이렇게 많이 눈이 쌓인 길을 걸어보겠느냐면서 재미있게 발걸음을 옮겼다고 한다.

요즘 젊은 세대는 모르겠지만 최미니씨는 1970년대 최고의 인기 MC였던 방송인 출신이다. 지금도 활동하는 MC 임성훈씨와 콤비로 활동하다가 최고 전성기인 1980년 허정무 선수와 결혼을 했다. 한참 주가를 올리던 축구선수와 인기 MC의 백년해로 소식에 두 사람의 팬들은 아낌없는 성원과 축하를 보냈다. 그리고 결혼과 동시에 은퇴하고 당시 축구선수이던 허 감독님의 유럽 진출에 따라 함께 네덜란드로 건너가서 전업주부의 삶을 살았다.

시간 날 때마다 코칭 스태프 가족을 초청, 내조의 힘을 강조한다는 허 감독님은 언론 인터뷰에서도 집안이 편안해야 남자가 일이 술술 잘 풀린다며 모든 공을 내조한 사모님께 돌리신다. 아내를 끔찍하게 위한다.

처음 결혼할 때만 해도 한국 축구선수의 미래는 불투명했고 수입도 보잘것 없었다. 또한 허 감독님이 사람을 좋아해 보증을 쉽게 서주곤해 한때 가정 경제가 심각하게 휘청거린 적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정 많고 가슴 따뜻한 사람이기에 더 좋아한다고 부인은 말한다. 이혼이 쉽고, 넘쳐나고 사랑의 유사품인 인스턴트 관계가 만연한 요즘, 어떻게 부부가 사랑하며 살아야하는지 보여주는 롤 모델이 있어 참 감사하다.

이주현 엔터테인트먼트 홍보대행사'마젠타 시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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