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열전]'소리꾼' 남일도, 데뷔 25년… 트로트계 첫 신고식

암 투병 장인 간호하는 아내 보면서 노래 만들어
20년째 지역내 독거노인·결식아동 돕기 기부활동
부산경남 지역에서는 유명한 소리꾼인 남일도(본명 양승호)는 데뷔 25년차지만 트로트 가수로는 처음 음반을 발표했다. 25년 전 성인 취향의 포크송인 ‘다음 생에서’를 통해 가요계 데뷔 신고식을 치른 남일도는 부산 출생이다.

남일도는 고교시절부터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데뷔하던 1980년대 중반 부산 다운타운 일대에서 라이브 무대에 처음 섰다. 이후 8장의 음반을 발표하면서 부산·경남권 가수로 입지를 단단히 굳혔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각 지방에서 활동하며 유명세를 모으는 가수들이 분명 존재한다. 서울에서 활동해야만 인정받는 국내 가요계에서 남일도의 존재는 그래서 더욱 독보적이다.

남일도는 2000년 부산방송 PSB에서 ‘부산가수 부산노래’ 편에 2년간 출연, 2001년 부산교통방송의 ‘낭만이 있는 곳에’의 라이브코너,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역시 PSB의 ‘쇼 TV유랑극단’ 등에서 맹활약했다. 이밖에도 부산·경남지역 방송인 KNN의 ‘영남주부왕’, 부산MBC의 ‘주부가요열창’ 등에도 출연한 경력이 있다. 남일도는 이처럼 지역을 토대로 한 활동을 통해 부산·경남지역에서 다수의 팬을 확보하고 있다.

“라디오까지 합하면 방송 경력만 20년정도 됐어요. 팬이요? 한 5000명 정도의 고정팬이 있답니다. 40∼50대 남녀 가리지 않고 저를 사랑해주시는 소중한 팬들이죠. 그런데 어딜 떠나겠어요.”

다부진 입술로 자신의 지역사회와 팬들에 대해 경상도 남자 특유의 무뚝뚝한 말투로 말했지만 속깊은 정이 느껴졌다. 노래 역시 그가 풍기는 외모나 말투처럼 정곡을 찌르는 매력이 있었다.

이번에 남일도가 처음으로 발표한 트로트곡은 ‘출가외인’이다. ‘아프냐고 아프지 않냐고 물어도 아프지 않단다… 당신의 큰 사랑에 목이 메여와 말없이 눈물 흘려요.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내가 정말 미워요.’라는 ‘출가외인’ 가사에서 느낄 수 있듯 이 노래는 애절한 사연을 담고 있다. 노랫말 속의 주인공이 바로 남일도의 아내인 것.

힘들지만 출가외인이 돼 제대로 모시지 못한 안타까움 속에서 암에 걸린 아버지를 간호하는 아내의 모습을 떠올리며 만든 노래다. 슬프면서도 힘있는 리듬이 담긴 이 노래는 풍부한 감성으로 노래에 감칠맛을 더하고 있다.

“결혼한 지 16년 됐어요. 고등학교 때 처음 만나 연애를 하다 결혼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장인어른께서 암으로 그만 돌아가시고 말았어요. 그때 아내가 장인어른과 돌아가시기 전에 대화를 나누던 모습을 떠올리며 이 노래를 만들게 됐어요.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은 다 똑같잖아요. 저도 아내가 출가외인으로서 안타까워하면서 장인어른을 향한 마음을 느끼고 이를 노래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남일도의 장인어른은 결국 돌아가시고 말았지만 장인어른의 49재가 열리던 날 음반을 발매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남일도는 지역 토박이 가수답게 지역사회를 위한 다양한 봉사활동에 참여해 왔다. 지역사회 내의 독거노인과 결식아동에 대한 기부활동뿐 아니라 노래로 봉사활동을 펼쳐온 지 20년째다. 가수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이 바로 이 세상에 함께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위로가 되고 마음의 안정을 찾아주고 싶었기 때문이란다. 덕분에 가수로서 작게나마 봉사활동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 그에게는 의미가 깊을 것이다.

“앞으로 노래 잘하는 가수로 남고 싶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남들을 돕는 그런 가수가 되고 싶기도 해요. 그게 바로 제 가수로서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에요. 앞으로도 멈춤없이 봉사활동에 꾸준히 참여하려고 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말을 남기고 싶네요. 이번에 첫 트로트 곡을 발표할 수 있도록 도와준 아내 혜전은 제겐 정말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요.” 아내 사랑과 애틋한 효성을 담은 남일도의 ‘출가외인’이 많은 이들의 가슴을 위로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스포츠월드 글 한준호, 사진 김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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