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호기자의 영화 비틀어보기]박찬욱 ‘박쥐’ 성기노출 논란

“논란없던 ‘싸이보그…’ 실패 거울삼아 일부러” 의혹
화제 커질수록 감독 브랜드 약화… 나중에 독 될수도
박찬욱이기 때문에 이런 연출이 가능했다는 해석은 한국 영화계에서 박찬욱의 작가주의적 위치를 대변할 수 있다. 송강호와는 ‘윈-윈 게임’을 했다고 평가한다. 논란을 통해 송강호는 ‘이미지메이킹에 신경 쓰지 않는 배우’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얻게 됐다.

그렇다면 ‘박쥐’의 성기노출은 어떤 의미일까. 송강호 스스로는 “죄의식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렇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영화평론가 들 뿐이다. 관객은 문제의 장면을 이미지로 받아들인다.

과거 영화 ‘피아노’에서 하비 카이틀의 성기가 보여 진 장면은, 캐릭터의 원시적 이미지를 강조하는 효과가 나왔다. ‘색, 계’에서 양조위의 성기가 나온 것은 당연하다. 섹스를 매개로 인과관계를 풀어내는 원색적인 영화에서 성기노출이 안 되는 것이 더 이상하다.

‘박쥐’와 비슷해 보이는 영화는 할리우드의 ‘컬러 오브 나이트’가 있다. 당시 톱스타였던 브루스 윌리스의 성기가 노출돼 큰 논란이 일었다. 이 영화 속 성기노출은 전혀 생뚱맞게 보였다. 이는 논란으로 확산돼 영화 흥행에 일조했다.

박찬욱도 흥행을 생각했을 수 있다. 박찬욱은 영화를 낼 때마다 논란을 하나씩 물고 왔다. ‘공동경비구역JSA’는 민감한 남북관계, ‘올드보이’때는 근친상간 코드가 논란을 불렀으며, ‘친절한 금자씨’에서는 잔혹한 아동폭행 영상을 담았다. 이런 논란이 없었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스타 비와 임수정이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실패했다.

이번 ‘박쥐’의 콘텐츠에는 논란이 없다. 종교논란이 일어날 수도 있었지만, 과거 ‘다빈치코드’의 노이즈마케팅에 당해봤던 종교계는 더 이상 영화로 시끄러워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여배우 노출논란? 요즘 여배우들은 하도 벗어 대서, 손예진 급 톱스타가 아닐 바에야 여배우 노출로써는 차별성을 얻기 힘들다. 칸 마케팅으로도 영화 흥행은 보장되지 않는다. 그런데 ‘박쥐’는 초반 흥행몰이에 성공하고 있다. 난해한 영화라 대중적인 공감을 얻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인터넷에서 크게 부각된 ‘대한민국 톱스타의 은밀한 그것’이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다.

결과론적으로 박찬욱은 안 팔릴 콘텐츠를 만들어놓고 여기에 상업성을 부여하기 위해 송강호 성기노출로 논란을 얻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것으로 초반 마케팅에 성공했다. 그렇다고 환호할 필요는 없다. 성기노출 논란이 부각되며 화제가 될수록 그만큼 박찬욱의 브랜드는 약해질 수 있다. ‘박쥐’를 두고, “박찬욱이 만들었으니 보러가자∼”가 아니라 “송강호 XX 보러가자∼”가 되어버리면 곤란해지는 것이다.

스포츠월드 연예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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