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인사동 갤러리’, 화려한 치장… 부실한 전개

2007년 대한민국 사회를 뒤흔든 신정아 학력위조 사건의 근간을 미술계의 ‘허영’에서 찾는 사람들이 많다. 영화 ‘인사동스캔들’(감독 박희곤)에서도 이런 허영이 엿보인다. 15일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는 일단 겉포장은 무척 화려했다. 그런데 내용물이 부실하다.

영화는 조선시대 안견이 그렸다는 ‘벽안도’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극의 중심에 배치한다. 천재 복원가 ‘이재준’(김래원)과 갤러리 회장 ‘배태진’(엄정화)을 대비시키며 갈등을 조성한다. 그런데 엄정화의 짙은 화장처럼 영화는 겉으로 보여주는 것에만 치중했다. 럭셔리한 갤러리 세트를 만들어내고 화려한 그림과 소품을 늘어놓는 등 치장을 하는 데만 수억 원의 돈을 쓰며 공을 들였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이야기가 힘을 잃었다. 배우들의 연기도 갈팡질팡 어수선하다. 김래원, 엄정화 두 주연배우는 경력만큼이나 안정된 모습을 유지해주지만 주변 인물들이 혼란스럽다. 여형사로 등장하는 홍수현은 대사에 너무 힘이 들어가 있고, 이번 영화로 스크린 데뷔하는 아나운서 출신 최송현은 연기력을 언급한다는 것 자체가 민망한 수준이다.

영화에서 ‘벽안도’를 복원하는 과정을 묘사한 장면은 마법처럼 신비로웠다. 그런데 그림을 공개하는 행사에서의 설명이 너무 길어, 객석에서는 지루하다는 뒷말이 나왔다. 그렇다고 충격효과를 줄만한 미술계의 은밀한 이야기를 담지도 못했다.

‘인사동 스캔들’은 기획 단계부터 대중성에서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영화를 만들어낸 주체가 미술계 자본이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영화의 정체성을 어느 정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위선적인 미술계 풍토에 대한 통쾌한 폭로를 기대했던 관객이라면 영화가 인사동의 특정 공간을 비중 있게 홍보해주는 장면 앞에서 한숨을 내쉬게 될 것이다. 30일 개봉.

스포츠월드 김용호 기자 cassel@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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