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는 탐정 캐릭터에 기대를 많이 했다. 여러 가지 상상이 가능했다. 탐정 홍진호(황정민)와 의학도 장광수(류덕환) 콤비를 보면 탐정사에 길이 남을 명콤비 홈즈와 왓슨이 생각난다. 이들이 티격태격하며 함께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관계가 심심하다. 영화 속 두 사람의 관계는 황정민과 류덕환, 두 배우의 나이 차이 만큼이나 일방적이다.
류덕환은 ‘천하장사 마돈나’를 생각하면 놀라울 정도로 살이 빠진 ‘미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전히 소심한 면모를 보인다. 가장 아쉬운 캐릭터는 엄지원이 연기한 ‘순덕’이다. 사대부가의 정숙한 여인이지만 기상천외한 발명품을 만들어낸다는 매력적인 설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실제 영화에서는 비중이 매우 약하다. 캐릭터가 사건에 그다지 역할을 발휘하지도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엄지원이라는 배우의 매력도 잘 살려내지 못했다.
오히려 오달수가 연기한 순사부장 ‘영달’캐릭터가 개성이 강하다. 엉터리로 육감수사를 하는 모습이 여러 번 웃음을 준다. 영달이 가짜 범인을 설정해놓고 자백을 강요하는 장면에서는 ‘투캅스’가 생각난다. 현장검증 장면은 ‘살인의 추억’과 판박이다. 백색가루(마약)까지 등장하는 사건의 전체적인 얼개는 황정민이 출연한 ‘사생결단’과 닮아 보이기도 한다. ‘그림자살인’은 시대적 설정만 구한말로 잡아 놓았을 뿐, 이렇게 현대의 여러 한국영화들을 농축해놓았다.
그렇다면 주인공 황정민은 어떨까. 일단 중절모와 신식 양복이 제법 잘 어울린다. 능글능글한 미소와 탄탄한 육체적인 매력이 탐정이라는 캐릭터와 잘 맞아떨어진다. 그런데 그다지 유쾌해 보이지는 않는다. 지나치게 심각한 사건수사는 관객에게 부담을 줄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홍진호의 과거를 활용하는 방법이 아쉽다. 애초에 군관이었다는 설정을 활용해 일본만화 ‘시티헌터’같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도 있었다. 그런데 단편적인 암시에 그치고 만다. 만약 속편이 만들어진다면 보다 풍부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까. 그보다 먼저 전편이 관객들에게 받아들여질지가 문제다. 영화는 4월2일 개봉된다.
스포츠월드 글 김용호기자, 사진 전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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