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명예스러운 일이지만 여하튼 오리는 데뷔하자마자 인기검색어 1위를 차지하는 화제몰이를 하게 됐다. 그런데 이후 사태가 심상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오리의 과거사진이 공개되고 오리가 가수가 된 과정에 대해서도 음모론이 제기됐다. 성악을 공부했다는 오리가 ‘노이즈마케팅’을 위해 일부러 노래를 못 불렀다는 해석까지 나올 지경이다. 와중에 오리를 두둔하는 팬들도 생겼다. 포털사이트에 잽싸게 만들어진 오리의 팬카페에는 벌써 회원 2000여명이 모여들었다. 카페 게시판에는 ‘안티카페 테러모집’ 같은 메뉴가 생겼다. 신인가수 오리가 너무 노래를 못해서 사랑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오리의 가창력 논란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여길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가벼운 유희를 즐기는 인터넷 문화현상으로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방송사고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화제몰이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엄격하고 거창한 시스템의 오점을 발견하는 것을 대중은 즐긴다.
대형연예기획사들이 좌지우지 하는 연예계에 대한 반발일 수도 있다. 수년의 트레이닝 기간을 거친 실력파 아이들(idol) 상품에 식상함을 느낀 일부 네티즌들이 오리 같은 ‘비균질 상품’에 호응하는 것이다. 실제로 굴지의 SM엔터테인먼트가 만들어낸 여성그룹 ‘소녀시대’에서도 데뷔초기에 혼자서만 유독 안무가 틀렸던 멤버 티파니가 주목받은 적이 있다. 또 다른 여성그룹 ‘카라’의 경우에도 5인조로 팀을 개편한 첫 무대에서 ‘락 유’를 불렀을 때 ‘유치원 학예회’수준의 영상이 오히려 대중에게 어필했다.
문제는 이런 반짝 논란이 오래 지속될 때 진짜 실력이 판가름 난다는 것이다. 오리와 비슷하게 인기를 얻었던 가수 제노의 신드롬은 오래가지 못했다. 반면, ‘소녀시대’ 티파니와 ‘카라’는 이후 남다른 가창력과 완성도 있는 무대를 선보이며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과연 오리도 진짜 실력을 증명하며 미운오리새끼에서 백조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스포츠월드 김용호기자 cassel@sportsworldi.com
사진=창스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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