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황기순 “봉사 8년… 감동 중독자 됐습니다”

재기위해 시도한 일, 가장 중요한 ‘업’이 돼
성금 모아 장애우에 휠체어 주는 순간 뿌듯

 

개그맨 황기순처럼 많은 굴곡을 가진 사람은 없다. 80년대 부터 황기순은 한때 우리나라 최고의 코미디언으로 절정의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그는 한순간 실수로 인해 도박으로 모든 영광을 날려버리는 아픔을 겪었다. 다시는 재기 불능할거라는 주위의 편견을 깨고 황기순은 연예인으로 사회사업가로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번 아픔을 겪었던 까닭인지 더욱 씩씩해진 황기순은 예전보다 더욱 알찬 삶을 살고 있다.

황기순이 사회사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 8월 사실 처음엔 순수한 의도는 아니었다. 부끄럽지만 잊혀진 자신을 다시 세상에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 사회봉사를 시작했다.

“사실 처음에는 순수한 의도는 아니었어요. 주목을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죠. 그래서 휠체어를 타고 전국일주를 하는 방식을 선택했어요. 특이하니까 주목받을 거란 생각에서였죠. 2개월 준비하고 시작했는데, 주위에서는 관심도 없고 힘들기는 하고 정말 죽을 맛이더군요. 그런데 도전하면서 ‘오기’가 생겼어요. 성공하지 못하면 평생 실패자로 산다는 생각이 들었죠.”

황기순은 절실한 심정으로 첫번째 전국일주를 마쳤다. 과정은 힘들었지만, 모은 성금을 휠체어로 바꾸고 장애우에게 나눠주는 순간 황기순은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벅찬 감동을 느꼈다.

이후 ‘감동’에 중독돼 해마다 습관처럼 이어온 봉사활동이 올해로 8년 째. 이제는 황기순 혼자가 아니라 동료 연예인들의 지원을 받으며 전국적으로 모금활동을 벌인다. 약 2개월이 걸리는 이 기간동안 황기순은 방송스케줄도 잡지않고 오로지 봉사활동에만 매달렸다. 그러면서 황기순은 흐트러진 ‘초심’을 다잡았다.

“전국일주를 하면 제 정신이 ‘샤워’를 하는 느낌이에요. 가다가 고지가 나오면 전 앞을 보지 않고 땅만 보고 페달을 밟아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어느새 고지에 서있는 저를 발견하죠. 힘든 시간이 지나고 꼭대기에서 맞는 바람이 얼마나 시원한지 모르죠. 올라온 길을 바라보며 흐트러진 저를 다잡고 앞으로의 계획도 다시 세우고요.”

황기순이 매년 도는 거리는 약 600km. 황기순은 80kg이 넘던 체중이 이제는 70kg을 유지할만큼 날씬해졌다. 봉사를 통해 건강을 덤으로 얻은 셈이다. 거기에 몸무게가 줄어갈수록 반대로 모금액은 점점 늘어났다. 경기가 불황이라는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처음에는 정말 막막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주위에서도 진심을 알아주시고 열렬한 응원을 해주시니 너무 감사하죠. 다행히 모금액은 매년 늘어나고 있어요. 올해는 지난해보다 두배가 넘는 성금을 모았답니다. 그렇게 늘어난 성금을 보면 휠체어와 그걸 받고 좋아하실 장애우들이 먼저 떠올라 뿌듯해요.”

황기순은 점점 커지는 봉사활동 규모에도 단체를 만들 계획은 없다. 많은 자선행사들이 단체를 만들면서 그 본래의 의도를 잃어버리는 경우를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황기순은 지금처럼 모금활동을 하면서 필요한 단체에 도움을 주는 방식을 고수할 계획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잖아요. 단체를 만들면 오히려 활동의 의미가 퇴색할 것 같아요. 모금하고 필요한 곳에 기부하면 되죠. 그 밖에 뭐가 더 필요하겠어요.”

온갖 고난끝에 겨우 제자리를 찾은 황기순. 그에게 있어 가장 행복한 순간은 ‘과거의 인기’도 ‘돈’도 아닌 ‘현재의 보람’이다.

스포츠월드 글 황인성 기자 enter@sportsworldi.com

사진 김용학 기자 yhkim@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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