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렇게 얘기하는데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29일 두산과 SK의 한국시리즈 3차전이 열린 잠실구장 1루 관중석에서 만난 대학생 조용석(22·사진)씨. 1년 중 절반 이상을 야구장에서 산다는 그야말로 진정한 ‘야구폐인’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마냥 야구가 좋아 방과 직후 혼자 야구장으로 달려왔다는 조씨는 스스로 ‘왕따’임을 자처했다. 야구에만 몰두하다보니 친구를 사귈 틈이 없었고 야구가 있는 이상 친구의 필요성도 그다지 느끼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두산의 홈경기는 모조리 챙겨보던 조씨는 고등학교 2학년 때인 2004년부터 개인 인터넷 방송으로 야구 경기를 생중계하기 시작했다. 케이블 스포츠 채널의 프로야구 중계가 많지 않던 시절 직접 노트북과 캠코더 5대를 사용해 캐스터, 해설, 연출, 카메라 감독 역할을 혼자 다 했다.
지난해까지 연간 50회 이상씩 4년 간 중계하며 마니아 팬도 많이 늘었으나 중계권 문제가 걸리면서 올해부터는 더이상 인터넷 생중계를 할 수 없게 됐다. 그렇다고 야구 현장을 포기할 조 씨가 아니었다.
조씨의 열정을 높이 산 두산 구단이 조 씨를 선수단 영상 제작 담당 아르바이트직으로 채용할 뜻을 내비쳤고 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조 씨는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 보겠다”며 휴학을 해 버렸다. 조 씨는 두산의 홈경기 때는 캠코더로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촬영하면서 때때로 외야에서 공을 주워주는 등 선수들과 한 발 짝 더 다가설 수 있게 됐다며 행복해 했다.
원정 경기에는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게 되지만 조 씨는 어차피 휴학한 이상 자비로 따라다니며 관중석에서 응원으로 힘을 보탠다. 정확히 계산을 할 수는 없지만 조 씨는 올해 야구장을 100번은 넘게 찾았다고 했다.
스포츠월드 김동환 기자 hwany@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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