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메모]류현진-이재원 ‘질긴 악연?’

“정말로 질긴 인연이네요.”



프로야구 한 관계자는 한화와 SK가 경기를 벌이는 30일 대전구장 전광판을 보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SK가 고졸 3년차 포수 이재원을 3번 타순에 깜짝 기용한 것을 두고 한화 선발 투수 류현진과의 인연을 강조한 것이었다.



이재원은 팀내에서 ‘류현진 킬러’로 통한다. 2년 연속 17승 이상을 기록하며 한국 최고의 투수로 떠오른 류현진이지만, 이재원만 만나면 ‘고양이를 만난 쥐’로 변하기 때문이다. 이재원은 류현진을 상대로 2006년 6타수 4안타, 2007년 6타수 3안타를 기록하며 통산 5할 이상의 고타율을 유지하고 있다. 홈런도 1개를 날렸다. 프로야구 전체를 통틀어서도 이재원 만큼 류현진의 공을 잘 때린 선수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류현진이 SK전에 선발로 나오는 날에는 어김없이 이재원이 중심 타선에 포진해 있다. 주로 대타 요원으로 활약하는 이재원이 류현진을 상대하는 날에는 어깨를 쫙 펴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악연은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류현진은 동산고, 이재원은 인천고를 졸업해 나란히 인천 지역 출신이다. 학교는 다르지만 같은 학년에 인천을 대표할 정도의 실력을 갖춰 고교 시절부터 명성을 날렸다. 따라서 2006년 신인 1차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SK는 두 명을 놓고 고민을 거듭한 끝에 이재원을 낙점했다.



류현진은 2차 지명으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지만 프로에 와서는 희비가 완전히 엇갈렸다. 류현진은 2006년 데뷔 첫 해부터 150㎞를 넘는 강속구로 명성을 떨치며 18승을 올려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MVP와 신인왕을 동시에 따냈다. 반면 이재원은 2군을 전전하며 밑바닥 선수인생을 시작했다.



그러나 둘이 맞대결을 벌이면 이재원이 늘 이겼고 결국은 ‘류현진 전문 킬러’로 자리를 잡은 것. 이재원은 이날 경기에서도 류현진을 상대로 안타와 볼넷을 뽑아내며 맹활약했다. 이재원의 활약이 계속되는 한 데뷔 때부터 이어져 온 두 선수의 악연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대전=배진환 기자 jba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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