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뉴스①-어린이영화 다시뜬다]40년 역사 어린이 영화, 재평가 필요

충무로 무시… 40년 역사에도 인정 못받아
"교훈·감동 함께하는 가족물” 재평가 필요
최근 ‘붐’을 이루기 시작한 어린이영화가 어린이 영화 장르의 부활에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비록 ‘전체관람가’는 아니지만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를 주연으로 내세운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을 비롯해, 8일에는 정종철, 박준형 주연의 ‘챔피언 마빡이’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우리나라 ‘어린이 영화’의 역사는 어느덧 40년이 되었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우리 영화 환경에서 어린이와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 장르는 현재 그 맥이 끊긴 상태나 다름없다.
1967년 제작된 신동헌 감독의 장편 애니메이션 ‘홍길동’은 대한민국 최초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기억된다. 이후 70년대 대중문화시대가 열리면서 본격적인 어린이 장르 영화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어린이 영화의 대박 신기원을 이루었던 김청기 감독의 ‘태권브이’ 시리즈나 1980∼90년대 어린이들 사이에서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심형래 주연의 ‘영구와 땡칠이’ ‘우뢰매’ 시리즈는 대표적인 어린이 영화로 아직까지도 사람들에게 회자된다.
어린이 영화는 그동안 코미디나 개그 프로그램의 주인공들을 관통하는 캐릭터가 대부분이었다. 70년대 안방극장을 눈물 바다로 만들었던 드라마 ‘여로’의 영구 캐릭터가 심형래의 트레이드 마크인 바보 ‘영구’로 되살아나 영화 시리즈까지 제작되었고, 최근에는 ‘개그 콘서트’에서 인기를 끌었던 주요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갈갈이 패밀리’시리즈 같은 어린이 영화가 선보였다. ‘챔피언 마빡이’로 출사표를 던진 정종철과 박준형의 오랜 꿈은 ‘자막없이 즐기는 신토불이 가족영화’를 만드는 것이었고, 이들은 차근차근 이러한 꿈들을 실현하고 있는 중이다.
우뢰매, 갈갈이 패밀리와 드라큐라(위부터)

그러나 ‘어린이 영화’는 영화배우가 아닌 개그맨이 주인공인 데다 ‘유치하다’는 이유 등으로 충무로에서 ‘무시’를 당해온 것이 사실이다.
과거 심형래나 임하룡, 김정식 등 인기 개그맨이 주연한 어린이 장르 영화는 개봉관이 아닌 시민회관이나 구민회관 같은 정식 극장시설이 아닌 곳에서 상영되기 일쑤였다. 실제로 이런 까닭에 ‘영구와 땡칠이’는 당시 200만명이 넘는 흥행 성적을 거두었을 것으로 추산되지만 아직까지도 그 진가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찰리 채플린’ 시절부터 코미디와 어린이 영화는 세계 영화 역사에서도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유지해 왔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유치함’은 동심의 시선에서는 곧 ‘재미’이고, 어린이 영화의 원초적인 코미디와 순수한 에너지는 위선, 긴장 등을 무장해제 시키는 해방감과 카타르시스를 던져준다. 이러한 감정의 끝엔 웃고 있지만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삶의 페이소스와 연민이 함께한다.
영화 ‘챔피언 마빡이’의 투자를 맡은 에그필름의 김영호 대표는 “그동안 어린이 가족 영화는 제대로 된 평가도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투자도 쉽지 않아 열악한 환경 속에서 제작, 상영되어 왔다”면서 “단순히 개그 프로그램을 스크린으로 옮겨놓은 것이 어린이 영화가 아니라 교훈과 감동이 함께하는 가족 영화라는 측면에서 어린이 영화가 다시 평가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챔피언 마빡이’를 계기로 국내 어린이 가족 영화가 자리 잡을 수 있을 지 관심을 모은다.
홍동희 기자 mystar@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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