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파워엘리트]작곡가 겸 프로듀서 박근태

가수를 스타로 키우는 음악 재단사
중학교때 밴드… 대학중퇴후 본격 작곡활동
한류의 주역… 광고·음반 포맷마케팅 펼쳐
이효리와 권상우가 출연한 화제의 CF ‘애니모션’과 이효리와 에릭의 ‘에니클럽’ 광고 CF 음악을 작곡한 사람은 바로 34세의 작곡가 박근태였다. 또 옥주현이 핑클에서 솔로로 독립했을때 그를 알린 곡 ‘난’과 성시경이 2년차 ‘소포모어 징크스’에 고민하고 있을때 타이틀곡 ‘우린 제법 잘 어울려요’를 만들어 준 이가 바로 박근태였다. 지금까지 그의 손을 거친 가수나 음반치고 속칭 ‘안뜬’ 사람이나 히트를 안한 음반이 없을 정도다. 국내 가요계에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사람이다. DJ.DOC 소찬휘 젝스키스 쿨 김현정 신승훈 등이 모두 그의 노래로 인기를 이어갔고, 쥬얼리 성시경 장나라 등이 그의 역작에 의해 스타대열에 오를 수 있었다. 그는 묘한 재주가 있다. 노래를 만들어 가수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가수를 먼저 보고 그에 맞는 노래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요계에서는 그를 ‘음악재단사’라고 부른다.
‘음악재단사’ 박근태는 요즘 또 다른 프로젝트에 정신이 없다. 일본 현지에서 일본가수를 직접 스타로 만드는 색다른 ‘한류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고, 국내에서는 광고 음악과 음반의 음원이 서로 크로스오버 되며 서로 윈윈하는 색다른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SW는 최근 그를 만나 작곡자로서의 전반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알아봤다.

그는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 강동구의 신암초등학교와 강일중학교를 거쳐 서울 한양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91년 호서대 제어계측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그는 대학 생활에 큰 메리트를 느끼지 못했다. 시간만 낭비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는 1학기를 다닌 후 자퇴해 버렸다. 그리고 ‘자신의 삶이자 미래’인 음악에 투신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기타를 배웠다. 유명 밴드의 일원인 형 친구의 영향이었다. 중학교 2학년 때는 고등학교 형들 틈에 끼여 밴드도 했다. 기타를 튕길 때는 기뻤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나름대로 큰 충격을 받았다. 팀원들끼리 앨범을 내기로 했는데 자신만 작곡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그날 이후 작곡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한 그의 음악인생은 대학 자퇴의 단초로 이어졌고 본격적인 작곡 생활로 연결됐다.
하지만 처음엔 고난의 연속이었다. 새내기 작곡가의 노래에 귀 기울여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는 열심히 다녔다. 공연에서 기타세션를 하며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어갈 즈음 박준하 매니저가 그에게 첫 곡을 의뢰했다. 그때가 92년도.
이후 그는 신인가수 김정민의 1집 제작에 참여해 앨범의 절반을 작곡했고 타 작곡가의 노래까지 편곡해줬다. 94년엔 룰라 1집에 담은 ‘백일째 만남’으로 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그래도 어려움은 지속됐다.
하지만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이름은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고 소찬휘 젝스키스 김현정 등의 작곡가로 보폭을 넓혀갔다.
이때 그는 다른 작곡가들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었다. 아무에게나 노래를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있는 가수에게만 노래를 줬다. 그것도 목소리를 먼저 들어본 후 가능성 있다고 생각할 때만 프로듀서를 했다. 그와 함께 작업을 한 쥬얼리 장나라 성시경 등이 모두 이같은 과정을 거쳤고 최근엔 솔로로 독립한 옥주현과 최근 백지영이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하고 있다.
요즘 그는 전문 광고음악을 제작했다가 음반에 삽입하는 ‘광고-음반 포맷마케팅’을 펼치기도 한다. 신승훈 성시경 등이 이같은 프로젝트의 수혜자였다. 또 일본의 대형 기획사 비잉과 억대의 전속 계약을 맺어 일본 현지 가수를 직접 프로듀서하기도 한다.
“이왕 시작한 것 세계 최고가 되고 싶습니다. 한국의 음악산업이 세계에서 인정받을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의 유일한 목표입니다.”
그는 지난 2002년과 2003년에는 서울가요대상의 ‘올해의 프로듀서상’과 ‘올해의 작곡가상’을 연거푸 수상하기도 했다. ‘냉혹한 프로듀서’ ‘맞춤작곡가’로 더 잘 알려진 박근태는 김창환 김형석 최준영의 뒤를 잇는 한국 최고의 작곡가이자 한국 음악의 세계화를 위한 든든한 버팀목이기도 하다.
황용희 기자 hee7@sportsworldi.com
사진제공=오렌지쇼크

"가수 매력 최대한 살려라"
''섹시코드''백지영 발라드풍 과감한 변신 주효
옥주현 ''보컬리스트 가능성'' 부각 팝발라드로
●가수 컨셉트는…



백지영, 옥주현(아래)



오랜 공백기를 깨고 최근 가요계에 컴백한 ‘댄스가수’ 백지영은 발라드곡(‘사랑안해’)을 타이틀로 들고 나왔다. 유혹적인 몸짓과 뇌쇄적인 눈빛이 트레이트마크였던 그가 발라드 가수로의 변신을 꾀한다는 것은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백지영의 과감한 변신은 바로 박근태 프로듀서의 짜임새 있는 기획에서 비롯됐다. 백지영 앨범의 작곡과 프로듀싱에 참여한 그는 이번 앨범이 다음 앨범으로의 길을 터놓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미 섹시코드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백지영이 보다 오랫동안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음악 장르의 저변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선택한 타이틀이 바로 발라드곡이다.
이처럼 박 프로듀서는 ‘노래만 만들어 주는 것’으로 작곡자나 프로듀서의 임무가 끝난다고 보지 않는다. 가수의 미래 진로까지 고려한 보다 전략적이고 폭넓은 기획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그의 역할은 마치 가수에게 딱 맞는 옷을 맞춤 제작해주는 ‘재단사’의 그것과 유사하다. 가수를 먼저 선정하고, 그 가수의 이미지와 컨셉트에 맞는 곡을 만드는 순서로 작업이 진행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음악 성향만을 고집하기보다는, 가수의 매력을 끄집어내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한다. 이에 따라 그와 함께 작업을 한 가수들은 이미지 제고에 상당수 성공해왔다.
소녀 그룹인 핑클의 멤버에서 솔로 가수로 거듭난 옥주현이 대표적인 사례다. 옥주현은 핑클에서 가장 노래를 잘하는 멤버로 가창력은 담보가 된 상태였다. 하지만 핑클의 이미지를 재탕하거나 당시 트렌드에만 맞추게 되면, 옥주현의 성공 가능성은 낮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박근태 프로듀서가 주목한 옥주현의 매력은 ‘보컬리스트로서의 가능성’이었다. 이러한 가능성을 대중에게 각인시킨다는 것을 목표로 삼고, ‘난’이라는 노래를 만들었다. ‘난’은 따라 부르기 쉽고 발랄한 핑클의 음악과 달리 클래식을 가미한 고급스런 분위기의 팝발라드였다. 박근태의 전략은 주효했다. ‘난’이란 곡은 옥주현의 핑클 이미지를 덜어내는데 큰 역할을 했고, 이후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로서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던 것이다.
가수가 지금 이 시점에서 꼭 필요로 하는 특성을 잡아내 노래에 적극적으로 반영시키는 박근태 프로듀서의 감각은 오늘날의 그를 있게 한 핵심 원동력이다.
이혜린 기자 rinny@sportsworldi.com


●삼성 애니모션 CF 제작 뒷얘기
"이효리 춤 알려라”
''애니콜 송'' 직접 작곡 삽입… 선풍적 인기


박근태 프로듀서는 광고음악과 대중음악의 ‘퓨전’이라는 새로운 음악 장르를 만들어 낸 선구자다. 분명히 광고음악 용도로 제작됐지만, 대중음악 못지 않게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새로운 음악을 고안해낸 것이다. 그의 실험은 광고음악의 성공적인 케이스로, 광고업계에서는 새로운 트렌드로 인식됐다.
이 가운데 ‘애니모션’이 가장 대표적이 케이스로 널리 알려져있다. 애초 기획 단계에서 ‘애니모션’은 이효리의 이미지에 딱 맞는 춤을 개발해 알리자는 것이 핵심이었다. 춤이 유행되면 그 이미지가 삼성전자 애니콜이라는 브랜드와 연결될 것이라는 전략에서 출발한 것. 여기에 클럽송 느낌의 ‘애니콜송’을 박 프로듀서가 직접 작곡해 삽입하면서 시너지를 키울 생각이었다.
이런 전략은 적중했다. ‘애니모션’은 10∼20대를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특히 디지털 싱글로도 출시된 광고음악은 온라인 차트에서 오랫동안 상위권에 머물며 큰 수익을 안겨줬다.
당시 이 사례는 국내 광고계에서 신선한 충격으로 와닿았다. 국내에서의 성공은 해외까지 알려져 주목을 받았다. 이 광고는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국제광고제에서 상을 받으며, 해외 유수 광고주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애니모션’에 이어 2탄인 ‘애니클럽’에서는 가수 에릭, 원타임의 테디 등이 참여해 완성도 높은 뮤직비디오까지 만들어냈다. 2부로 구성된 뮤직비디오는 감각적 영상, 신세대 감각의 클럽 분위기 등을 선보이며 전작의 성공을 이어갔다.
이같은 성공은 그러나 하루아침에 온 것이 아니다. 박 프로듀서는 이전에도 광고음악과 대중음악의 퓨전을 꾸준히 연구해왔다. 2002년 화장품 라네즈 광고 시리즈에서 성시경의 ‘우린 제법 잘 어울려요’를 삽입한 것이 그 시초가 됐다. 당시 이 노래는 광고에 소개된 뒤, 인기를 끌면서 성시경 앨범 타이틀곡이 되기도 했다.
이밖에 최근 박정현과 휘성이 여성편과 남성편을 각각 불러 화제가 된 투싼 광고음악도 박 프로듀서의 손을 거친 작품이다. 그는 기회가 된다면 ‘애니클럽’ 3탄의 기획 및 제작에도 참여하고 싶다. 박 프로듀서는 “앞으로 광고음악 작업을 계속했으면 좋겠다”며 “가수에게도 프로듀서에게도 광고음악은 아주 매력적인 작업”이라고 말했다.
우한울 기자
erasmo@sportsworldi.com

●향후계획은…

영화음악 도전·일본진출
‘거룩한 계보’ OST 작업
日적응 1년여간 초석다져

박근태 프로듀서에게 있어 영화음악과 일본 진출은 향후 무게 있는 계획들이다.
영화감독 장진과의 친분으로 지난 2004년 영화 ‘아는 여자’의 음악을 담당했던 박 프로듀서는 최근 크랭크인한 장진 감독과 영화 ‘거룩한 계보’의 OST를 작업 중이다. ‘아는 여자’가 가요적인 접근으로 시도했던 작품이라면, 이번 ‘거룩한 계보’의 작업은 장진 감독이 시나리오 작업할 때마다 같이 다녔을 정도로 열정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박 프로듀서는 아직 본격적으로 영화음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시기는 아니라고 말한다. 영화음악을 위해서 아직 습득해야 할 기술들이 아직은 많이 남았다는 것. 그는 두 작품을 계기로 보다 업그레이드된 영화음악을 구상 중이라고.
그에게 남은 또 한가지는 일본 진출이다. 2005년 1월 일본 3대 음반회사인 비잉(Being)그룹과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은 박 프로듀서는 일본 진출을 위해 그동안 1년여 동안 초석을 닦아왔다. 시스템화가 잘 갖춰진 일본 음악시장에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한국에서의 모든 조건을 버리고 신인의 입장에서 현지에 적응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었다. 박 프로듀서는 서두르지 않고 긴 안목을 가지고 일본 시장에 접근중이다.
한편 비잉그룹은 박 프로듀서가 국내에서 발표한 모든 곡을 일본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을 뿐 만 아니라, 박 프로듀서의 크리에이티브 그룹 오렌지쇼크(OrangeShock)에도 적극적인 지원을 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홍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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