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SW군의 투덜투덜]
코믹연기 눈길… 상식 넘어선 논리전개 눈살
일단 아무 생각없이 ‘시간을 죽이기’에 좋은 영화다. 어렵고 힘든 현대사회에 한번 깔깔거리고 웃고 넘기기에 제격이다. 영화의 소재가 일단 평범한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조폭들의 이야기라는 점과 한국영화의 흥행코드중에 하나인 코믹을 철저히 활용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어차피 이 영화가 흥행을 위한 상업영화인 만큼 영화적인 작품성을 기대하기에는 힘들 것 같다. 당연히 영화의 작품성을 운운하려면 이 영화를 안보면 된다.
그럼 이 영화의 장점을 찾아보자. 일단 계두식으로 나오는 정준호가 코믹연기가 눈에 들어온다. 정준호는 일반인들에게는 아직 특급 연기자로 인식되지는 않지만 이번 영화에서 만큼은 확실히 자기 캐릭터를 찾은 것 같다. 두목일 때는 두목으로, 학교 교사일 때는 교사로서의 느낌을 잘 표현한 것 같다.
연기에 연륜이 쌓인 탓이 아닐까. 그와 함께 출연하는 김상중 정운택 정웅인 등의 코믹연기도 눈부시게 펼쳐진다. 특히 진지한 연기의 대명사인 김상중의 연기변신이 눈길을 끈다. 카메오로 출연한 춘자와 이태란 등도 영화의 재미를 한껏 보탠다.
물론 영화를 고급스런 문화작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은 허점을 발견할 것 같다. 일단은 너무나 흥행에만 초점을 맞추려다보니 상식을 넘어선 논리전개가 많았다. 사학재단의 비리를 표현하기 위해 재단이사장 아들이 나이 예순을 넘겼을법한 교장선생님의 빰을 때린다든지, 이사장 아들과 자기학교 여학생과 원조교제를 나눈다는 식의 표현은 이해가 안갔다.
특히 ‘사학법 개정안’으로 정부와 사학재단간의 기싸움이 뜨거운 요즘 상황에서는 한쪽의 논리에만 충실했다는 이야기도 들을 만하다. ‘재미’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것 저것 너무나 많은 것을 버무리다보다 줄거리 배분을 못하고, 시간만 길게 늘려버린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어찌됐든 편안한 마음으로 보면 될 것 같다.
황용희 기자
hee@sportsworldi.com
[SW양의 횡설수설]
''세마리 토끼'' 다 잡아보려… 욕심이 많았다
코미디, 풍자, 드라마. 하나도 만만한 게 없다. 그러나 이 세 마리 토끼를 한번에 다 잡아보려 노력한 영화가 있으니, 바로 ‘투사부일체’(감독 김동원, 제작 시네마제니스)다.
전작 ‘두사부일체’는 재미를 주면서도 사회문제를 곱씹게 하는 진지함을 보여,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그런 면에서 ‘투사부일체’가 코미디, 풍자, 드라마 모두 성공해보고자 했던 것은 당연한 시도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토끼 한 마리 정도는 놔줬어야 했다는 게 SW양의 생각이다.
일단 코미디를 보자. 영화 속 조폭들이 선사하는 웃음은 드넓은 극장을 메우기엔 뒷심이 부족하다. 분명 웃기려고 만든 장면 같은데, 어디서 웃어야 할지 막막하다. 다른 상황이 이어지려나 하고 지켜보고 있으면 어느새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버린다. 욕설 난무한 대사, 의미없는 슬랩스틱도 잘만 만들면 훌륭한 코미디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수사는 이제껏 충분히 보아 온 조폭 코미디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다.
가슴 뜨끔한 풍자 역시 지지부진하다. 사학법 개정안이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지금, 영화 속 사학 재단은 그저 ‘악’의 역할에만 충실하고 있다. 최근 불거진 몇몇 사학 관련 범죄들의 전형을 만날 수 있지만 ‘나쁜 사람’이라는 설정으로만 이용될 뿐이다.
영화는 사학 재단비리의 구조적 문제를 건드리는 등 속 시원한 비판을 가하는 데는 소극적이다. 결국 영화 속에 나타난 문제의식은 사회적 이슈 주위를 겉돌다가, 돌연 개인적 문제로 축소되고 만다. 이 문제를 봉합하는 건 계두식(정준호)을 둘러싼 감동 드라마의 몫이다. 그러나 난데없는 교통사고는 뜬금없는 패싸움으로 이어지더니, 어이없는 ‘선생님 사랑해요 모드’로 돌변해버린다. 엉뚱한 결론이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우한울·이혜린 기자
erasmo@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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