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덕분에 삶의 질이 높아졌어요.” 직장인 A씨는 지난해 서울 강서구에서 경기도 파주시로 이사하면서 출퇴근 시간이 길어져 골치를 앓았다. 오매불망 GTX-A 노선 개통만 기다리던 A씨는 실제로 이용해보니 쾌적하고 빠르게 서울역에 도착할 수 있어 신세계를 만난 것 같다며 환히 웃었다.
#. 용인시 기흥구에 거주하는 B씨는 지방에 놀러갈 때 어느 역에서 출발해야 할 지 고민이 많았다. 서울역이나 수원역까지 가려면 1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성역에 GTX가 개통하면서 SRT가 정차하는 동탄역으로 6분만에 이동할 수 있게 됐다.
인구 1400만의 경기도는 이번 대선의 최대 격전지다. 유력 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모두 경기도지사 출신으로, 누구보다 경기도 유권자 표심에 예민하다.
공식 선거운동이 중반부에 돌입한 가운데 이 후보와 김 후보는 승부처인 수도권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이 후보는 21일 자신의 지역구가 있는 인천을 찾아 지지를 호소했고, 김 후보는 고양시를 시작으로 김포·파주·동두천·양주·남양주시까지 경기도 곳곳을 돌며 유세를 펼쳤다.
두 후보는 경기도민의 고충인 교통 인프라 개선을 직접 거론했다. 선거철 단골 공약인 GTX가 그 중심에 있다. 두 후보는 GTX를 차질없이 착공하겠다고 언급했으며, 특히 김 후보는 자신이 GTX 원조임을 강조하며 관련 공약을 전면에 세웠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GTX-A 노선의 누적 수송 인원은 이달 4일 기준 1003만9904명을 기록했다. 부분 개통 14개월 만에 1000만명을 돌파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개통한 파주 운정중앙역~서울역 구간이 541만6245명으로, 같은 해 3월 개통한 수서~동탄 구간(462만3659명)을 앞서며 뜨거운 인기를 입증했다.
이는 파주∙고양 등 경기 서북부권 주민들의 출퇴근 수요를 대폭 흡수한 결과로 풀이된다. GTX-A를 이용하면 운정중앙역에서 서울역까지 약 22분만에 도착할 수 있다.
하지만 GTX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2009년 경기도가 제안한 GTX-A 노선은 2018년 12월 착공에 들어가 개통까지 6년이 걸렸고, 2028년 완전 개통을 목표로 여전히 개발 중이다. 일단 내년부터 A노선의 심장인 삼성역을 무정차 통과해 서울역과 수서역을 연결하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역은 인근의 영동대로 복합개발 사업을 두고 정부와 서울시가 갈등을 빚으며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그나마 부분 개통에 성공한 A노선과 달리 B·C 노선은 소식이 잠잠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월과 3월 각각 C노선과 B노선의 착공식을 열어 직접 기념사를 했지만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다. 결국 4·10 총선을 노린 정치적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B노선 2030년, C노선 2028년 개통을 약속했지만, 현재로선 달성이 어려워 보인다. 그나마 B노선은 3월 말 민자 구간 착공신고서를 제출한 반면, C노선은 언제쯤 공사를 시작할 수 있을지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두 유력 후보는 A·B·C 노선을 신속히 추진하고, D·E·F 노선을 지체없이 추진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여기에 이 후보는 수도권 외곽 및 강원으로의 연장을 적극 지원하고, GTX플러스(G·H) 노선을 검토하겠다고 공약했다. 김 후보는 자신이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 GTX를 추진한 점을 강조하면서 GTX 전국 5대 광역권 확장, 동탄~청주공항 GTX 신설을 공약했다.
다만 예산 조달 문제 등으로 착공이 지연된 BC 노선 사례를 보면 D·E·F 등 후속 노선을 추진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철도업계 관계자는 “GTX는 노선 하나당 수 조원의 공사비가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라며 “GTX는 부동산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기 때문에 신중한 사업성 평가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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