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비즈=주형연 기자]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가 당분간 카카오그룹주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반등의 기미를 보인 카카오그룹주는 화재 사고로 인해 주가가 급락한 가운데 당분간 반등세를 나타내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카카오는 전 거래일 대비 5.93% 내린 4만83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카카오페이도 전 거래일보다 4.16% 떨어진 3만4600원에, 카카오뱅크는 전일 대비 5.14% 내린 1만6600원에 장을 마쳤다. 카카오게임즈는 전일보다 2.22% 하락한 3만74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카카오그룹주는 장중 한때 10% 안팎의 하락률을 기록하며 52주 신저가를 줄줄이 경신했다. 카카오그룹주는 이날에만 시가총액이 3조원 이상 증발했다.
카카오는 올해 첫 거래일인 지난 1월 3일 11만4500원까지 올랐지만 현재 반토막 이상 떨어진 것이다. 최근 한 달 동안 개인 투자자들이 세 번째로 많이 순매수한 종목이기도 하다. 카카오그룹주 주가는 연일 추락하다가 전 거래일인 지난 14일 깜짝 반등, 투자자들이 바닥을 찍었다는 기대감을 가졌으나 지난 15일 일어난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사고로 반등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낮아졌다.
실제로 카카오톡이 불통되자 네이버 메신저 앱인 라인이나 텔레그램 등 다른 메신저 앱들의 다운로드 횟수가 급증했는데 이는 카카오톡 독점 체제의 균열 신호일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네이버는 이날 전일 대비 0.91% 오른 16만7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네이버도 일부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했지만 카카오만큼은 타격을 받지 않는 모습이다.
업계에선 카카오가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하루 매출 200억원 안팎의 손실이 났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카카오 공동체의 주요 서비스에서 장애가 발생함에 따라 광고, 이커머스, 콘텐츠 등 카카오가 영위하고 있는 주요 사업에서 총체적 피해가 발생했다”며 “단순 피해 규모를 추산하면 약 220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카카오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또 다른 요인은 카카오게임즈와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자회사 주가가 금리 상승, 성장 정체 등 이유로 하락해 지분 가치가 할인됐다는 점이다. 카카오는 카카오페이의 46.99%, 카카오게임즈의 41.01%, 카카오뱅크의 17.18%를 보유한 1대 주주다. 자회사를 ‘쪼개기’ 상장했던 것이 카카오 주가에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증권가에선 이미 카카오 목표주가를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 목표주가를 기존 대비 20% 낮은 8만원으로 내렸고 NH투자증권은 11만원에서 7만8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카카오의 목표주가를 11만원에서 8만5000원으로 낮췄으며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카카오의 목표주가를 10만5000원에서 7만4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 목표주가는 ‘먹통 사태’가 반영되지 않은 것이어서 목표주가는 추가 조정될 수도 있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로 전 국민이 불편함을 겪은 만큼 카카오의 다양한 플랫폼 서비스 브랜드 프리미엄이 퇴색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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