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최정아 기자] “너는 봤어? OOO 영상?” “이거 OOO 영상 아니죠?”
최근 기자가 가장 많이 들은 질문 중 하나다. 연예계에서 존재감이 뚜렷한 두 명의 여성이 사생활 동영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다들 알다시피 그룹 카라 출신 가수 구하라와 팝아티스트 겸 방송인 낸시랭이 그 주인공이다.
과거 연인과 촬영했던 성관계 동영상이 현재 두 사람에겐 가장 큰 혹이 됐다. 상대가 영상을 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혹시 누구랑 봤을까’ ‘원본을 지울 수 있을까’ ‘언젠가 유포되지 않을까’ 등 우울함과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조사를 통해 잘잘못을 가릴 폭행 시비는 이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다. 촬영 당시엔 은밀한 분위기에 취했을지 모르나 지금은 연일 검색어에 오르고 뉴스를 장식하는 골칫덩이가 됐다.
결국 성관계 동영상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밝혔다. 흔히 연예인, 방송인을 두고 이미지로 먹고 산다고 한다. 이들은 먹고 사는 문제는 일단 제쳐두고서라도 이 남성과의 관계를 끝내고 싶다, 끌려다니지 않겠다라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이 결심 이후 2차, 3차 피해는 이어지고 있다. 이어 ‘OOO 동영상’이란 이름으로 검색어가 오른 것은 물론이고 SNS, 파일공유사이트에는 비슷한 체형의 남녀 성관계 동영상이 무작위로 게시되고 있다.
분명 삭제했던 영상인데, 상대의 핸드폰에 버젓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부터 불안은 시작된다. 당사자는 협박으로 느끼나 상대는 아니란다. 벌어진 감정의 골만큼 이젠 서로의 생각도 다르다.
동영상을 받아든 구하라와 낸시랭은 이를 협박이라 주장한다. 헤어진 상대가 자신을 협박하기 위한 도구로 동영상이란 카드를 꺼냈다는 거다. 일명 리벤지 포르노다.
리벤지 포르노란 ‘revenge(복수)’+‘porno(음란물)’을 합성한 단어로 헤어진 연인에게 보복하기 위해 유포하는 성적인 사진이나 동영상을 말한다. 연인 사이에 합의 없이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하거나, 한쪽의 동의 없이 영상을 유포하는 행위 모두 리벤지 포르노에 해당한다.
구하라와 낸시랭의 전 남자들은 리벤지 포르노라는 말에 펄쩍 뛰었다. 구하라의 전 남친 최종범 씨는 “네가 찍은 것이니 네가 보관하라는 뜻”이었다며 구하라가 영상을 찍자고 제안한 점, 유포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리벤지 포르노 의혹에 펄쩍 뛰었다. 낸시랭과 이혼 과정을 겪고 있는 왕진진은 “낸시랭에게 영상들의 파일명 목록 부분을 사진 캡처해 메신저로 보내면서 ‘재판부에 제출하겠다’라고 말한적은 있다”며 “영상을 재판부에 제출해 (영상 속) 두 사람의 관계로 미루어보아 ‘협박이나 폭행, 감금을 하는 사이로 볼 수 없음’을 입증하겠다는 의미였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1심 판결 현황’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지난 6년간 관련 혐의로 재판을 받은 인원은 7446명이었다. 그 중 자유형(징역·금고형)을 받은 피고인은 단 647명으로 8.7%에 그쳤다. 실형 판결은 극소수란 뜻이다.
최근 법원은 리벤지 포르노를 유출한 남성에게 법원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달라진 사회 분위기와 대중 정서를 의식하지 않았겠냐는 추측이 나올 정도로 우리 사회는 리벤지 포르노를 싸늘한 눈길으로 바라보게 됐다. 리벤지 포르노의 명칭을 피해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바꿔야 한다는 사회적 목소리도 높다.
연예계에서도 이들의 법정 공방을 단순 사랑 싸움이란 시선에서 벗어나 사회적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법원이 두 사람, 특히 구하라의 사건을 계기로 비슷한 사례에 대해 어떤 판결을 내릴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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