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콘서트의 숨겨진 메시지…한반도 평화 기원했다

북한의 전쟁 위협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싸이가 지난 13일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정적인 콘서트를 열었다. 이를 외신들은 의아하게 바라봤다. 미국의 뉴스전문채널 CNN은 공연 직전 온라인판 기사를 통해 “북한의 핵 위협 등으로 긴장이 높아지는데 싸이의 콘서트 티켓이 빠르게 팔려나갔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텔레그래프가 “싸이의 공연이 북한과의 긴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급기야 공연 전 기자회견에서는 북한에 대한 돌발 질문까지 나왔다. 영국의 한 기자는 “북한 김정은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느냐”고 물었다. 싸이는 “나는 직업이 가수이고, 본업에 충실하고 싶다”며 “가수인 만큼 대중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일을 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그러나 싸이는 신념을 숨기지 않았다. 곧바로 “분단이 된 것은 비극적인 일이고, 콘서트에서 5만 명의 노래와 함성을 (김정은 비서 등) 북한에서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신곡을 통해 전 세계에 사랑을 드리고 싶다”는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는 싸이의 메시지는 콘서트 곳곳에서 드러났다. 특히 싸이는 ‘평화의 상징’ 비둘기를 생각했다. ‘낙원’ 무대에서 실제 비둘기 400마리를 준비했지만 환경단체 등의 벽을 넘지 못해 무산됐다는 사연을 밝힌 싸이는 결국 스스로 비둘기가 되어서 와이어에 매달려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때 무대에서는 하얀 비둘기 날개가 펼쳐졌다. 싸이는 이번 콘서트의 드레스 코드를 ‘백의민족’을 상징하는 화이트로 정한 바 있다.

하얀 옷을 입은 관객들 위에서 싸이는 ‘낙원’을 노래했다. “여기가 천국인거야”라는 가사를 “여기가 한국인거야”라고 바꿔 부르기도 했다 “싸이는 해외에서 성공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다는 한국가수다”라고 외쳤다. 이때 싸이의 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싸이가 이번 콘서트에서 북한을 생각했다는 것은 ‘강남스타일’과 함께 피날레를 장식한 ‘위아더원(We Are The One)’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2006년 발표된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에서 싸이는 북한에서 공연하면서 북한 사람들을 열광시킨다. 싸이는 노래로 하나가 되는 남과 북을 꿈꿨다. 그리고 이번 콘서트에서 그 무대를 펼치며 긴장상태인 한반도의 평화를 생각했다.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지만 싸이는 역시 대한민국 가수다.

김용호 기자 cassel@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