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최동원 주연의 1984년 쇼

14일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최동원 전 한화 이글스 2군 감독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1984년 한국 시리즈다.

당시 후기리그 우승팀 자격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롯데 자이언츠의 강병철 감독은 최동원 카드를 꺼내든다. 최동원을 1,3,5,7차전에 등판시켜 4승3패로 우승을 거머쥐겠다는 계획이다.

파트너 고르기 논란까지 일어날 정도로 당대 최고 기량을 자랑하던 삼성 라이온즈를 꺾기 위해서는 최동원이 나설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연히 무리였다. 아무리 어깨가 강한 투수라도 이틀 간격으로 매일 선발로 나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최동원은 페넌트레이스에서의 연투로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하지만 최동원은 강 감독의 읍소에 가까운 제의를 수락했다.

개인적인 명예를 바란 것은 아니었다. 선수 생활에 큰 시련이 닥칠 것도 알고 있었다. 최동원은 오로지 고향팀 롯데와 부산팬들에게 첫 우승의 기쁨을 안겨주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최동원은 9월30일 1차전에서 김시진 현 넥센 히어로즈 감독을 상대로 4-0 완봉승을 이끌어냈다. 한국시리즈 첫 번째 나온 완봉 역투였다.

예상대로 롯데가 2차전을 내주자 최동원은 10월3일 3차전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틀을 쉬고 나온 최동원은 이번에는 12개의 탈삼진을 곁들이며 완투승을 챙겼다.

이때까지는 롯데의 시나리오대로 진행됐다.

4차전에서 패한 롯데의 6일 5차전 선발은 역시 최동원이었다. 하지만 9회까지 삼성 타선을 3점으로 막은 최동원은 타자들이 2점을 내는데 그쳐 패전의 멍에를 썼다.

계획이 어긋난 롯데는 다급해졌다. 절실해 질수록 최동원에게 기대는 방법 밖에 없었다. 최동원 역시 이미 어깨가 말을 듣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만을 바라보는 팀을 외면할 수 없어 다시 공을 집었다.

5차전에서 9이닝을 혼자 책임진 최동원은 하루 뒤 6차전에 등판했다. 강 감독은 4회말 팀이 3-1 리드를 잡자 바로 최동원을 올렸다. 최동원은 아랑곳 하지 않고 또 다시 5이닝을 틀어막고 6-1 승을 견인하며 승부를 마지막까지 끌고 갔다.

10월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7차전. 당연히 롯데 선발은 너무나도 익숙해져버린 최동원이었다.

최동원은 2회에만 3점을 내주며 휘청거렸다. 그 사이 해외파 출신 김일융이 버틴 삼성은 6회까지 4-1로 앞서며 우승을 눈앞에 뒀다.

하지만 최동원의 호투에 힘을 낸 롯데는 7회 3-4까지 추격하더니 8회 잠잠하던 유두열의 극적인 역전 스리런포로 6-4로 승부를 뒤집었다.

롯데의 첫 우승과 최동원의 한국시리즈 4승 신화는 이렇게 탄생했다. 훗날 강 감독이 언론 인터뷰에서 미안함을 표할 정도로 최동원은 온 몸을 다바쳤다.

비록 한국시리즈 MVP는 차지하지 못했지만 그해 한국시리즈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최동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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