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박주영(26)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 입단을 자축하는 ‘해트트릭 쇼’로 한국의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한 기분 좋은 출발을 이끌었다. 프리미어리그 동기생 지동원도 두 골을 터뜨리며 이름값을 했다.
박주영은 2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레바논과 치른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첫 경기에서 왼쪽 공격 날개로 나서 전반 두 골과 후반 한 골 등 세 골을 몰아쳤다. 지동원이 후반 두 골을 추가하고 교체멤버 김정우까지 득점에 가세한 한국은 레바논을 6-0으로 완파했다.
박주영의 첫 골은 전반 8분 만에 터졌다. 레바논 진영 오른쪽에서 홍철이 올려준 크로스를 골문으로 파고들던 박주영이 감각적인 오른발 발리슛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며 포문을 열었다. 이후 한국은 전반 내내 공격의 주도권을 잡아나갔지만 좀처럼 더 달아나지 못했다. 추가골이 나오지 않아 조금은 답답하던 전반 종료 직전인 46분 다시 한번 박주영이 나섰다. 기성용이 올린 코너킥을 박주영이 상대 수비수 사이를 뚫고 용수철처럼 튀어올라 헤딩슛으로 연결시킨 뒤 특유의 기도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박주영의 활약으로 전반을 2-0으로 앞선 채 마친 한국은 후반 들어 공세를 늦추지 않았고, 상대의 집중력이 무너지자 골 세례를 퍼부었다. 후반 21분 남태희의 슛이 골키퍼에 맞고 튀어나오자 지동원이 달려들며 머리로 밀어 넣어 자신의 첫 골을 기록했다. 그리고 1분 뒤 박주영은 페널티 지역 오른쪽으로 쇄도하던 자신에게 구자철이 찔러준 날카로운 패스를 받아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날려 기어이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박주영은 후반 25분 조광래 감독의 격려 속에 이근호와 교체되며 자신의 역할을 마쳤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구자철을 대신해 투입된 김정우가 후반 37분 이근호의 패스를 받아 한 골을 추가했고 후반 40분에는 지동원이 골키퍼와 맞선 뒤 정확하게 골대 모서리로 차 넣는 쐐기골로 승부를 끝냈다. 해트트릭의 주역 박주영은 경기후 “선수들의 의도대로 경기가 잘 됐다. 많은 움직임을 통해 공간을 창출했다”고 소감을 밝혔고, “원정이 힘들겠지만 안 해 본 것도 아니고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 A대표팀은 레바논전을 마치자마자 7일 새벽 2시(한국시간) 쿠웨이트와 치르는 예선 두 번째 경기를 치르기 위해 출국했다.
고양=송용준·박린 기자 eidy015 @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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