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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홍 로드FC 대표가 지난 4월16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로드FC 002 ALIVE!' 대회 시작 전 대회장을 찾은 개그맨 윤형빈, 김지호 등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드FC 제공 |
정문홍(37) 로드FC 대표의 첫 인상은 수수했다. 몸에 딱 붙는 반팔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간편한 차림. 살짝 염색한 짧은 머리와 보기 좋게 자란 수염에서는 ‘자유로운 야성’이 느껴진다. 잘 단련된 탄탄한 상체와 도전적인 눈빛에서 마치 현역 격투기 선수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어쩌면 그런 ‘자유로운 야성’ 덕분에 정문홍 대표가 침체된 한국 격투기 시장의 부활에 뛰어들었을 지도 모른다. 힘겨워하는 후배들을 위해 자비를 털어 무대를 마련하고, 또 이를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정문홍 로드FC 대표를 만났다.
“얘들아, 나만 따라와!”
2000년대 초중반은 호황을 누리던 한국 격투스포츠는 2008년대 후반들어 침체의 늪에 빠졌다. 대회 자체가 아예 사라지면서 ‘격투기 스타’를 꿈꾸며 체육관에서 구슬땀을 흘리던 수많은 선수들은 실의에 빠지고 만다. 그런 상황에서 정문홍 대표가 나섰다. 강원도 원주에서 ‘팀 포스’ 체육관의 수장을 맡고 있던 정 대표는 “고생만 하던 후배와 제자들을 위해 무대를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 제가 ‘나만 따라와’라고 했는데, 그 말에는 책임을 져야 했어요”라며 대회를 만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정문홍 대표가 선택한 길은 ‘가시밭길’이었다. 종합격투기에 대한 무지와 선입견 때문에 처음에는 호응을 얻기 힘들었다. 재정적 후원은 커녕 언론으로부터도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 결국 정 대표는 ‘정면돌파’를 결정했다. 그 역시 격투가 출신답게 몸으로 부딪히기로 한 것. 대회 개최비용은 모두 개인사업을 통해 만든 자비로 충당했다. 그 첫 열매가 지난해 10월 열린 ‘로드FC 1회 대회’였고, 두 번째 열매는 지난 4월16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로드FC 002’ 대회였다.
두고 봐라, 이제 시작일 뿐이다
두 차례의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며 정문홍 대표가 거둔 성과는 두 가지. 하나는 자신과 로드FC에 쏟아지던 의혹을 시선을 떨쳐냈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국내 종합격투기 대회의 부활 가능성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 대표가 갈 길은 아직도 멀다. 정 대표는 “두 번의 대회를 치르면서 너무나 많은 고생을 경험했습니다. 재정적인 손실은 두 번째 문제였어요. 그보다는 사람들의 편견이 너무 깊다는 것이었죠”라면서 그간의 고생담을 털어놨다. 여전히 자신을 향해 있는 ‘다른 꿍꿍이가 있다’ 든가 ‘앞으로 얼마나 가겠나’와 같은 편견이 특히 괴로운 경험이었다. 더불어 전문적으로 대회를 치렀던 경험이 없다보니 팀포스 소속 선수들이 직접 밤을 새며 무대를 설치하고, 현장을 진행하면서 시행착오도 많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는 오히려 다른 단체 선수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고 한다. 정 대표는 “미숙한 점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솔직하게 다가서다보니 반신반의하던 다른 팀들도 저희를 이해하더군요. 돈 벌자고 하는 게 아니란 것을 알아준 것이죠”라고 성과를 밝혔다. 앞으로 정 대표는 더 많은 대회를 치르며 선수들에게 희망의 무대를 제공할 생각이다. “꿈과 희망이 사라져가는 상황에 저는 그저 무대를 만들어 준 것 뿐입니다. 다른 목적이 없으니 그 자체로 만족이죠. 두고 보세요. 로드FC가 UFC같은 메이저대회처럼 크게 될 날이 곧 옵니다”. 정문홍 대표의 ‘야성’은 더 큰 미래를 향해 있다.
사진=김창규 기자, 글=이원만 기자 wma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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