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신화' 균열…신비주의·순결주의 깨졌다

‘환상속의 그대’였던 서태지의 꽁꽁 숨겨왔던 실체가 결국 드러났다.

서태지가 이지아와 결혼했고, 이혼 후 현재 재산분할소송중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이 알려졌다. 이는 단순한 스캔들이 아니다. ‘문화대통령’이라고 불릴 정도였던 ‘서태지 신화’의 해체를 의미한다. 1992년 ‘난 알아요’로 데뷔한 ‘서태지와 아이들’은 한국 대중음악의 흐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 은퇴와 컴백을 거치며 서태지는 이슈를 독점했다. 고등학교 중퇴 학력과 어려운 가정형편을 극복한 서태지의 성공은 특별한 의미가 부여됐다. 집착에 가까운 신비주의와 순결주의로 무장한 서태지는 팬들에게 신(神)처럼 군림했다.

그런데 이지아와의 사생활이 공개되면서 서태지의 이미지가 허상일 수 있다고 팬들조차도 자각하게 됐다. 스캔들 하나 없다는 서태지를 팬들은 무조건 믿었지만, 서태지는 LA공연에서 당시 중학교 3학년생 이지아에 반해 따라다닌 평범한 남자일 뿐이었다. 1997년 결혼사실이 보도돼도 팬들은 ‘미국에서 사촌 남동생과 산다’는 서태지의 해명을 믿었다. 그런데 거짓말이다.

연예인의 사생활 공개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서태지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도 “결혼 생각이 없다”라고 하는 등 공식석상에서도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해왔다는 사실은 그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히고 있다.

서태지 음악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서태지는 데뷔 이후 끊임없이 표절논란에 시달렸다. 그러나 맹목적인 팬덤이 굳건히 방어했기에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팬덤 사이에서도 균열이 일어나고 있는 분위기다. 서태지닷컴에 가면 아직도 ‘무조건 서태지를 믿는다’는 의견이 대다수이긴 하다. 그런데 서태지 팬들 실제 만나보면, 이번 사건 때문에 크게 실망했다는 반응을 얻을 수 있다.

이지아는 용기 있게 해명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남자 서태지는 아직도 두문분출하고 있다. 신비주의도 좋지만 이 상황에서도 앞에 나서지 못하는 서태지를 두고 비겁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서태지 신화’는 이렇게 균열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태지 본인의 용기 있는 고백이 없다면 깨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김용호 기자 cassel@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