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분석] 아이돌 없인 설특집 방송 불가?…아이돌 편중 심각

'아이돌 건강미녀 선발대회'의 한 장면(왼쪽). KBS 제공, '아이돌 스타 육상·수영 선수권대회'의 한 장면. MBC 제공
설 연휴에도 TV에서 아이돌만 보는 세상이 됐다.

이번 설 연휴 기간 방송된 지상파 방송 3사의 설 특집 예능프로그램들이 아이돌 스타들의 ‘과다’ 출연으로 점철됐다.

KBS는 ‘아이돌 건강미녀 선발대회’와 ‘아이돌 브레인 대격돌’을, MBC가 ‘아이돌 스타 육상·수영 선수권 대회’와 ‘아이돌스타 7080 가수왕’을, SBS가 ‘아이돌의 제왕’과 ‘스타커플 최강전’을 이번 설 연휴 기간 동안 특별 편성했다. 일단, 가요계뿐만 아니라 예능프로그램에서 전방위로 활약하고 있기에 아이돌 스타들의 설 특집 프로그램 출연이 대세 일수밖에 없다. 하지만 경쟁적으로 각 방송사들이 각기 다른 포맷의 프로그램에 똑같은 아이돌로만 출연진을 채우고 있는 것은 문제다.

일단 아이돌 스타들의 팬층은 10대가 대부분이고 연령대가 높아봤자 30대다. 일단 방송 섭외가 쉽고 인기가 증명된 스타들이라는 점에서 제작이나 편성이 용이하다는 것 때문인데 10∼30대만 시청자도 아니고 나머지 시청자들을 소외시키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프로그램의 진행도 10∼30대에 맞춘 자극적인 대결이 주를 이룬다. 대놓고 섹시함을 자랑하는 몸매 대결에서부터 육상과 수영 등으로 또다른 흥미를 자아내는 포맷까지 온 가족이 볼만한 프로그램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설 등 명절에는 가족들이 모여 앉아 TV를 보기 마련이다. 세대 공감은 커녕, 세대간 벽만 확인시켜주는, 이러한 아이돌 위주의 프로그램이 시의적절한 것인지는 방송사들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오히려 부모 세대들이 반가워 할 왕년의 코미디언이나 가수들이 출연하고 아이돌 스타들이 함께 하는 형식이 온 가족이 보기에는 좋다. 다양한 볼거리라는 측면에서도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 보인다.

또 하나, 아이돌 스타들의 혹사도 문제다. 이처럼 아이돌 스타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들이 많아질수록 명절 연휴를 앞두고 이들 스타의 일정은 빡빡해질 수밖에 없다. 녹화방송이라 할 지라도 4∼5시간씩 걸리는 일정이 추가되면 연휴 기간에는 그 때문에 밀린 일정을 소화해야 하기도 한다. 결국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즐거워도 이들 스타에게는 이러한 프로그램 자체가 또 하나의 힘든 스케줄로밖에 받아들일 수 없다. 일례로 ‘아이돌 스타 육상·수영 선수권 대회’는 출연한 걸그룹 레인보우가 무려 4개월이나 싱크로나이즈드를 연습하며 준비했지만 정작 방송에서는 40초밖에 안나와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준호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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