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예무' 한봉근 PD "연출이 쉬는 것보다 좋다"

한봉근 PD. MBC에브리원 제공
MBC 간판 음악프로그램 ‘수요예술무대(이하 수예무)’는 1992년 가을부터 2005년까지 13년 동안 방송됐다. 수요일 심야시간대 시청자에게 듣는 음악의 즐거움을 줬던 ‘수예무’는 한봉근 PD가 중심에 있었다. 입사한 지 6년 만에 처음으로 연출을 맡은 프로그램이 바로 ‘수예무’였으며 줄곧 쭉 연출을 해왔기에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은 너무도 컸다.

2005년 프로그램이 종영되자 한봉근 PD는 잠시 MBC 예능프로그램 ‘맛있는 TV’를 연출하다가, 안식년을 가졌다. 기러기 아빠로 지내던 그는 모처럼 호주로 날아가 가족들과 해후했다. 하지만, 그런 여유는 잠시뿐이었다. MBC미디어 안현덕 대표가 부임하면서, 한봉근 PD에게 ‘수예무’ 부활을 제의한 것이다.

한봉근 PD는 “호주에 있다가 비지가 만료돼 연장하기 위해 잠시 한국에 들어갔는데 안현덕 대표가 불렀다. 그러더니 대뜸 ‘수예무’를 다시 해보자고 제안했다. 프로그램 연출에 자율권을 보장해준다는 전제하에 덥석 제안을 받아들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2010년 10월1일부터 MBC 에브리원 밤 1시, MBC라이프를 통해 오후 11시 ‘수요예술무대’가 다시 전파를 탔다. 하지만, 5년 만에 현장에 복귀하니 제작환경이 많이 변해 있었다.

한봉근 PD는 “가요계가 아이돌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니 노래를 할 수 있는 가수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매주 출연자를 섭외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한봉근 PD는 빈소 년 합창단, 칙 코리아 등 쟁쟁한 음악가들을 출연시키며 옛 영광을 재현하고 있다.

‘수예무’는 실력파 가수를 찾는 등용문이었다. 박정현, 바비킴, 이루마 등 ‘수예무’에 출연한 뒤 스타로 올라섰다. 바비킴의 경우 처음에는 너무 독특한 음악적 색깔로 음반제작사에서도 외면을 받던 형편이었지만, 지금은 한국을 대표하는 보컬리스트로 우뚝 섰다. 이에 대해 한봉근 PD는 “단지 실력있고 가능성 있는 가수들에게 기회를 줬을 뿐이다. 앞으로도 무대에 설 기회가 없는 실력파 가수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고 담담히 밝혔다.

‘수예무’는 해외 가수들에게도 유명하다. 케니지, 칙 코리아 등 해외 유명 뮤지션들은 방한하면 ‘수예무’를 찾았다. 케니지는 7번이나 무대에 오를 정도였다. 해외 뮤지션들 사이에서 ‘수예무’는 ‘웬즈데이(Wednseday)’라는 애칭으로 불릴 정도다. 과연 그 비결은 뭘까. 한봉근 PD는 “‘출연자 중심’으로 연출하는 것”이라고 꼽았다.

방한하는 외국가수들을 잡기 위해 노력도 기울이지만, 그들의 원하는 최고의 무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이 모든 것은 13년 동안 손발을 맞춰온 식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번에도 ‘수예무’가 다시 부활한다고 하자 모든 스태프들이 영화처럼 다시 모여들어 한봉근 PD를 감동시켰다. 그 영화 같은 기적은 한봉근 PD의 인덕에서 비롯됐다. 한봉근 PD는 우선적으로 스태프를 챙기며 늘 맏형처럼 프로그램을 이끌어왔다. 그래서 13년 동안 한 번도 스태프들이 바뀐 적이 없었다.

한봉근 PD의 소원은 뭘까. 바로 ‘수예무’를 오래도록 하는 것이 1차 목표다. 이를 위해 우선 MBC 지상파로 ‘수예무’를 복귀시키려고 노력할 예정이다. 한봉근 PD는 “제작은 MBC에브리원에서 하고 본사에서 프로그램을 구입해 방송할 정도로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을 만들겠다. 그래서 13년 전통의 ‘수예무’를 다시 MBC 간판프로그램으로 복귀시키는 게 목표다”고 다짐했다.

제주=황인성 기자 enter@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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