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K의 김성근 감독(왼쪽 두번째)이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원정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뒤 선수들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잠실=김용학 기자 yhkim@sportsworldi.com

‘정규시즌 2연패는 내 손으로.’

SK의 ‘떠버리’ 나주환(24)이 입이 아닌 방망이로 큰 일을 저질렀다.

나주환은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의 원정 경기에서 동점 적시타 포함, 4타수 2안타 1타점 활약으로 SK의 5-2 재역전승을 이끌었다. 팀이 1-2로 뒤지던 9회초 1사 만루 상황서 나주환의 동점타를 발판으로 역전승을 올린 SK는 정규시즌 우승을 위한 매직넘버를 ‘3’으로 줄였다.

경기 전 김성근 SK 감독은 전광판에 찍힌 선발 오더를 보며 장탄식을 했다. 이진영과 박경완, 박정권 등 중심 타자들이 줄줄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급격히 힘이 떨어진 타선 때문이었다. 김 감독은 “나주환이 6번에 들어가 있으니 말 다했지”라며 자조했다.

이 말을 들었는지 나주환은 중심 타선을 능가하는 알토란같은 활약으로 ‘데이터의 달인’ 김성근 감독을 흡족케 했다. 나주환은 0-0으로 팽팽히 맞서던 5회초 선두타자 최정이 내야안타를 치고 나가자 좌익수 왼쪽에 떨어지는 2루타로 무사 2,3루 황금찬스를 만들었다. 

1사 후 정상호의 좌익수 희생플라이가 터져 나주환의 2루타가 선취점을 뽑는 중요한 징검다리가 됐다.

이후 1점을 잘 지켜가던 SK는 8회말 구원투수 이승호가 김현수에게 불의의 2점 홈런을 맞아 역전패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9회초 조동화와 박재홍이 각각 볼넷과 몸에 맞는 볼로 출루했고, 모창민의 희생번트와 최정의 고의4구로 1사 만루 찬스를 잡았다.

두산 마운드는 8개 구단 최강 미들맨 이재우. 김성근 감독은 자신이 폄하(?)했던 나주환으로 밀어붙였다. 나주환이 이재우에게 3타수1안타로 강점을 갖고 있고 지난해 초까지 두산에서 한솥밥을 먹어 누구보다 그의 스타일을 잘 안다는 판단에서였다.

예상은 적중했다. 나주환은 볼카운트 2-0으로 몰린 가운데 이재우의 4구째 가운데 변화구를 툭 밀어쳐 중견수 앞에 떨어뜨렸다. 3루 주자 조동화가 홈인해 동점. 

분위기는 급격히 SK로 넘어왔고 정근우의 유격수 내야안타로 재역전에 성공한 SK는 상대 실책, 이재원의 희생플라이를 묶어 승부를 완전히 갈랐다.

나주환은 “그동안 만루 찬스를 잘 살리지 못했는데 감독님이 믿고 계속 기용해 주셔서 자신있게 쳤다. 전력 분석팀의 조언을 듣고 밀어치려고 노력했던 것이 좋은 타구로 연결된 것 같다”고 말했다.

잠실=스포츠월드 김동환 기자 hwany@sportsworldi.com

프로야구전적					〈17일〉
SK	5		[잠실]	2			두산
KIA	4		[목동]	2			히어로즈
한화	7		[대전]	4			롯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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