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 “나이키 스파이크, 줘도 안가져”

“열 받아서 신발 바꿔버렸어요.”

베이징올림픽 야구 대표팀의 ‘발’ 이종욱(28·두산)은 6일 잠실구장에서 쿠바와의 2차 평가전을 앞두고 씩씩거렸다. 야구장에 도착하자 마자 자신의 라커로 가서는 소속 팀에서 신던 자신의 스파이크부터 챙겨 그라운드로 나갔다.

대표팀에서 지급해 준 나이키 스파이크가 문제였다. 이종욱은 전날 쿠바와의 1차 평가전에서 1회말 1사 2루에 있다가 정근우의 중전안타 때 홈으로 뛰어들다 쿠바 중견수 두베르겔의 빠르고 정확한 송구에 걸려 태그아웃됐다. ‘발야구’의 선두주자인 천하의 이종욱이 스피드에서 뒤져 아웃된 것이다.

이종욱이 프로 데뷔 후 2루에서 안타로 홈 쇄도를 하다 아웃된 것은 처음이었다. 모두가 놀랐지만, 가장 어안이 벙벙한 것은 이종욱 본인이었다. 이종욱은 아웃된 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적잖이 충격을 받은 듯 보였다.

그러나 이종욱이 고개를 흔든 것은 아웃된 아쉬움 때문이 아니라 신발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다. 이종욱은 “신발이 발에 딱 달라붙지 않는다. 3루를 돌때 발이 신발 속에서 미끄러져 하마터면 발목이 꺾일 뻔 했다”며 몸서리를 쳤다. 스타트가 좀 늦긴 했어도 3루를 제대로 밟고 돌았다면 충분히 세이프될 수 있었다는 게 이종욱의 항변이었다.

이종욱은 KBO에 항의해 자신만은 대표팀 공식 용품후원사인 나이키가 아닌 자신의 휠라 신발을 신어도 된다는 허락을 얻었다. 대표팀 기동력의 선두주자 이종욱에게 신발은 생명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만일 이종욱이 본선에서도 나이키 신발 때문에 중요한 순간 발목이 잡혀 팀 패배와 직결된다면 그 책임을 나이키가 질 수 없는 노릇이다.

대표팀의 용품 중 비단 신발만 문제가 아니다. 대표팀에 지급된 유니폼은 재질이 두껍고 사이즈가 커서 선수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섭씨 35도가 넘는 불볕 더위에 봄가을용 유니폼을 입으라고 하니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되는 것이다.

또 이용규는 두 치수 이상 커 보이는 유니폼을 입고 누상을 뛰어다닐 때마다 마대자루 마냥 펄럭거려 보는 이들을 애처롭게 하고 있다.

선수들의 불만이 커지자 나이키는 치수를 다시 재고 재질을 망사형으로 바꿔서 유니폼을 다시 제작해 지급하기로 했다.

잠실=스포츠월드 김동환 기자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