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엿보기]‘4차원 선수’ 박석민 수술 장갑껴본 사연?

“야, 네가 무슨 의사라도 되냐?”

삼성 내야수 박석민(23)은 ‘재주 많은 귀염둥이’로 불린다. 엉뚱하면서도 밉지 않은 행동으로 선배들의 귀여움을 받고 있기 때문. 지난 5월 하순에는 난데없이 뽀글뽀글한 ‘아줌마 퍼머’를 하고 나타나 눈길을 끌더니 이제는 ‘외과수술용 고무장갑’을 들고나와 선배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11일 대구 한화전을 앞두고 타격 연습을 마친 박석민은 채태인 등 팀 선배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갑자가 “오늘 꼭 이걸 끼고 나가야겠어요”며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냈다. 자연스럽게 선배들의 눈은 박석민의 손에 집중됐다. 그러다가 박석민이 꺼낸 것을 보고서는 다들 황당함에 폭소를 터트렸다.

박석민이 꺼낸 것은 바로 반투명한 ‘외과수술용 고무장갑’. 이를 본 동료들은 핀잔을 줬지만, 박석민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연습타격 때 끼고 방망이를 휘둘러 봤는데, 감이 괜찮던데요. 경기 중에 꼭 써봐야지”라고 흐뭇한 표정을 짓기까지 했다.

박석민은 타격 장갑이 답답해서 평소 맨손으로 타격을 하고 있다. 맨손은 방망이 감각을 좋게 해주지만, 손에 부상을 입기 쉽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손의 감각을 최대한 살리면서 부상을 방지할 방법을 찾고 있던 차에 수술 장갑을 떠올린 것이었다. 마침 부산에서 의사로 있는 사촌 누나에게 이런 사정을 말하자 수술장갑을 30개나 보내준 것. 박석민은 “수술장갑이 고무 재질이라 방망이가 손에서 미끄러질 일도 없다”면서 “오늘 꼭 실전에 써 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박석민의 손에서 이 장갑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고는 해도 눈에 띄는 돌출행동에 대해 팀 선배들이 약간의 제동을 건 듯 하다.

대구=이원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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