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전병두 첫 깜짝선발… '새가슴' 한풀이 배짱투

KIA 이적 후 3일만 등판
LG전 5이닝 4K 무실점 무력시위
프로야구 SK의 전병두가 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역투 하고 있다. /잠실=전경우 기자 kwjun@sportsworldi.com

  ‘누가 그를 쓸모 없다고 했나.’

어떤 사람들은 그를 ‘새가슴’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빠른 공을 갖고 있지만, 배짱이 너무 약해서 막상 타자를 만나면 도망가는 피칭을 일삼는다고 생각해서였다.

하지만, 일부 감독은 그를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좋은 투수”라고 평가했다. “안 쓸 거면 우리 팀으로 보내라”고 말한 감독도 있다. 군 면제를 받은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부드러운 투구 폼, 게다가 다른 모든 단점을 상쇄시키는 150㎞대의 강속구를 던지는 왼손투수라는 점 때문에 그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그는 바로 지난 4일 KIA에서 SK로 트레이드 된 좌완투수 전병두(24)였다. 전병두는 트레이드 후 사흘 만인 7일 잠실 LG전에 깜짝 선발로 등판, 최고구속 147㎞의 강속구와 예리한 슬라이더를 무기로 5이닝 1피안타 4탈삼진 7볼넷 무실점으로 예상 외의 호투를 보여줬다. 시즌 2승(3패)째를 거머쥔 전병두는 그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던 사람들에 대해 멋진 무력 시위를 펼쳤다.

전병두의 선발 등판은 김성근 SK 감독 외에는 아무도 예상 못하던 깜짝쇼였다. 당초 이날 선발로 구상 중이던 김원형이 6일 잠실 LG전에 중간계투 나오는 김성근 감독이 어쩔 수없이 내민 카드. 김성근 감독은 전병두에게 “어차피 버리는 경기라고 생각한다. 편하게 연습이라고 생각하고 던지라”는 솔직한 주문을 했다.

그러나 전병두의 마음은 달랐다. 이왕 새로운 팀에서 나서는 선발 등판인 만큼 최선을 다해 자신의 가치를 보여줄 각오를 불태웠다. 이런 각오가 승리를 불렀다. 1회 마운드에 나선 전병두는 여전히 제구력이 흔들렸다. 선두 이대형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준 것을 시작으로 두 타자 연속 볼넷으로 무사 1, 2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그러나 2루 주자 이대형을 재빠른 견제구로 잡아낸 뒤 조금씩 안정을 찾았다. 이종렬과 최동수에게 연속으로 3루수 앞 땅볼을 유도해 실점하지 않았다.

국내 최고의 포수 박경완도 전병두의 흔들림을 든든하게 받쳐줬다. 전병두는 노련한 선배의 리드에 따라 5회까지 1안타만 내주며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를 챙겼다.

감격적인 승리를 거둔 전병두는 “비록 승리투수가 됐지만, 여전히 볼이 많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라면서 “나는 절대 새가슴이 아닙니다”라는 말을 남긴 채 돌아섰다.

잠실=이원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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