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우는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아주 기분 나쁜 경험을 했다. 이날 6회 팀이 1점차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는데 김재박 LG 감독의 ‘투수 흔들기’에 말려들었던 것이다. 이재우는 평소 야간 경기 때마다 특별한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나간다. 시력은 1.0으로 나쁘지 않은 편이지만 밤이면 불빛이 번져보여 주황색 렌즈가 들어간 특수 보호 안경을 끼고 마운드에 오른다. 그런데 28일에는 이재우가 마운드에 오르자 김재박 감독이 기다렸다는 듯이 심판에게 “선글라스를 벗어야 한다”고 어필을 했다.
이 선글라스의 테가 문제였다. 은색으로 약간 반짝이는 안경테가 타자에게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김재박 감독의 주장이었다. 규정에 따라 이재우는 안경을 벗은 채 공을 던질 수밖에 없었고 결국 7회 실점을 해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여우 감독’에게 말려들어 심리적으로 흔들렸으니, 구위가 좋을 리 없었다.
하지만 나쁜 일이 지나가자 좋은 일도 있었다. 경기가 끝난 후 이재우는 그 선글라스 업체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앞으로 이재우에게 무상으로 선글라스는 공급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이재우가 마운드에서 선글라스를 가지고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이 생중계 TV 카메라에 잡히면서 홍보 효과가 아주 컸다고 업체측은 판단했던 것이다.
수십 만원에 달하는 이 선글라스를 앞으로 공짜로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이재우는 울분이 조금 풀렸다. 특급 선수들도 선글라스 협찬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 선글라스는 이재우가 평소 아주 좋아하는 상표였다.
이재우는 일단 29일 LG전을 앞두고는 검은색 안경테로 바꿔서 끼고 잠실구장에 나왔다. 비로소 이재우는 전날의 악몽은 잊고 밝은 표정을 지었다.
잠실=배진환 기자 jba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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