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해보다 단단히 새 시즌을 준비를 했고,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이런 노력에 ‘확실한 5강 후보’라고 치켜세웠다. 일각에서는 ‘우승 후보’라는 후한 평가까지 나왔다. 1999년 이후 17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꿈꾸며 야심차게 시즌을 시작한 한화의 이야기다.
그런데 뚜껑을 열자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한화는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14일까지 2승9패로 최하위다. 선발 마운드는 무너졌고, 지난해 경쟁력 있던 타선의 짜임새는 온 데 간 데 사라졌다. 거듭되는 패배에 벤치 분위기도 잔뜩 가라 앉아 있는 상황. 각종 투, 타 지표도 엉망이다. 한화의 팀 평균자책점은 6.37로 10위, 득점권 타율은 2할2푼8리로 역시 꼴찌다. ‘업그레이드 됐다’는 평가를 받은 불펜 평균자책점도 5.43으로 9위에 머물러 있다.
부진의 큰 원인은 선발진 붕괴다. 11경기를 치른 한화 선발진의 평균자책점은 7.96으로, 리그 평균보다 무려 3점 이상 높다. 리그 9위인 LG(5.47)와도 약 2.5점 차이가 난다. 전체 11경기 중 6번의 퀵후크(3실점 이하의 선발 투수의 6회 이전 강판)가 나왔고, 경기당 5.82명의 투수를 기용했다. 일부 주력 불펜 투수들은 벌써 과부하가 걸려 있다.
핑계는 있다. 한화는 에스밀 로저스, 안영명, 이태양, 배영수, 심수창 등이 빠진 상태에서 시즌을 맞았다. 그러나 이들의 공백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예상됐던 일이다. 약 두 달 동안 이를 충분히 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 졌음에도, 한화의 선발 마운드는 여전히 물음표 투성이다.
현재 고정 선발 투수는 송은범과 알렉스 마에스트리 둘 뿐. 나머지는 선발과 중간의 경계가 없는 이른바 ‘애니콜 요원’으로 대기 중이다. 실제 김재영은 지난 6일 대전 넥센전에 선발 등판했고, 3일 뒤 마산 NC전에서 계투로 나섰다. 9일 NC전에서 선발 등판한 송창식은 13일~14일 대전 두산에서 이틀 연속 구원 투수로 등판했다. 또, 14일 선발로 나서 아웃카운트 2개만 잡고 내려간 김용주는 전날 경기에서 불펜에서 대기했다.
대부분의 감독들이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치밀한 확인 작업을 통해 선발 투수들을 확정한다. 만약 상황이나 자원이 여의치 않을 경우 ‘플랜 B’를 가동한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 점찍어 놓은 선발 자원에게 한 달 동안 충분한 기회를 제공한다. 당장이 아닌 먼 미래도 대비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현재의 한화를 보면, 미래가 아닌 당장의 승부만 있다. A 해설위원은 “감독이 무언가에 쫓기는 분위기다. 미리 짜여진 계획없이 투수들을 쓰고 있다. 누가 봐도 그렇다. 이런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 한 반등은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혹시 과거의 성공에 취해 ‘플랜B’ 없이 과거 상황을 답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niners@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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