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로 뒤진 한화의 9회초 수비 때 장내가 술렁였다. 이날 지명타자로 나선 외국인 타자 윌린 로사리오가 포수 마스크를 썼기 때문이다. 외국인 포수는 KBO리그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다. 실제 외국인 타자가 포수로 나선 것은 2004년 한화의 앙헬 페냐와 2014년 넥센 의 비니 로티노, 2015년 한화의 제이크 폭스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
사실 로사리오는 포수가 전공이다. 2011년 콜로라도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2014년까지 팀의 주전 포수를 맡았다. 1루수와 3루수도 볼 수 있다. 지난해에는 아예 1루수로 전업했다. 김성근 감독이 가장 원한 시나리오는 3루수로 나서는 것이다. 1루수는 김태균이 맡고, 자원이 풍부한 지명타자의 활용폭도 넓어진다. 그러나 3루 수비가 김 감독의 마음에 들지 않았고, 로사리오는 개막 후 지명타자 혹은 1루수로 나섰다.
갑작스레 상황이 변했다. 주전 포수 조인성이 왼쪽 종아리 부분 파열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1군 복귀까지는 6주 정도 걸린다는 게 한화 구단의 예상이다. 조인성을 대신해 차일목과 2군에서 올라온 허도환 등이 있지만, 믿음직한 카드는 아니다. 결국, 김성근 감독은 승부가 사실상 결정된 9회 ‘로사리오 포수 카드’를 점검했다.
로사리오는 이날 짧은 이닝을 소화했지만, 포수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덩치가 커서 함께 호흡을 맞춘 좌완 김경태에 좋은 ‘표적’이 됐다. 블로킹과 미트질 등 기본기도 탄탄한 모습을 보였다. 투수 리드 역시 안정적이었다. 포수 데뷔전을 무난히 치러낸 로사리오는 현재 한화가 처한 팀 사정을 고려할 때 포수 마스크를 계속 쓸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이다. 포수는 그라운드에서 감독을 대신해서 동료들을 이끌어야 하는 자리다. 야구에서 유일하게 동료들을 마주보고 경기를 하는 포수는 팀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통솔력도 갖춰야 한다. ‘안방 마님’이라는 별칭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그간 KBO리그가 외국인 포수를 선호하지 않은 이유는 바로 언어 소통에 따른 커뮤니케이션 걱정이 컸기 때문이다.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후 수많은 외국인 선수들이 밀려와도 포수 자리만큼은 토종 선수들의 몫이었다. 여기에 자라온 문화가 달라 국내 선수들과의 소통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다. 국내 타자들을 잘 알지 못해 투수리드에 큰 지장이 있다는 것도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 있다.
로사리오가 계속 포수 마스크를 쓰는 것은 만만치 않을 현실임은 분명하다. 로사리오가 이런 난관을 극복할 수 있을까.
niners@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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