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불러준 대리, 67년 역사 바꿨다… 양지호 “우승 상금 7억원, 아내 위해 뭐든지”

양지호가 24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CC에서 끝난 '코오롱 제68회 한국오픈골프선수권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우승 확정 후 트로피를 들고 아내와 함께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조직위 제공
양지호가 24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CC에서 끝난 '코오롱 제68회 한국오픈골프선수권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우승 확정 후 트로피를 들고 아내와 함께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조직위 제공
양지호가 24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CC에서 끝난 '코오롱 제68회 한국오픈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후 가족과 함께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조직위 제공
양지호가 24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CC에서 끝난 '코오롱 제68회 한국오픈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후 가족과 함께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조직위 제공

  “예선전에 너무 가기 싫었다. 아내가 춘천까지 대리기사님을 불러주셨다.(미소) 아내가 아니었으면, 저는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

 

 양지호(37)의 ‘코오롱 제68회 한국오픈골프선수권대회’ 우승, 아내의 내조가 없다면 이뤄지지 않을 스토리다.

 

 양지호는 24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CC에서 끝난 ‘코오롱 제68회 한국오픈골프선수권대회’에서 9언더파 275타로 정상에 올랐다. 예선전 18위로 통과해 이번 대회에 출전한 양지호는 60년이 넘는 전통의 한국오픈 역사상 처음으로 예선 통과 선수 우승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골프계에서는 ‘양지호의 우승을 통해 아주 적더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불가능은 없다’라는 것을 보여줬다는 반응이다.

양지호가 24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CC에서 끝난 '코오롱 제68회 한국오픈골프선수권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우승 확정 후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조직위 제공
양지호가 24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CC에서 끝난 '코오롱 제68회 한국오픈골프선수권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우승 확정 후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조직위 제공

 메가 대회 정상, 부상이 두둑하다. 우승 상금 5억원에 특별 보너스 2억원을 더해 7억원이라는 선물을 받는다. 돈보다 중한 것. 양지호는 디오픈 참가 자격을 획득했을뿐더러 2028년까지 아시아투어 시드도 품었다. 양지호는 우승을 확정 지은 뒤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아직 2개 홀이 남은 것 같다”며 “내가 한국오픈이라는 이렇게 큰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양지호는 지난 10일 전남 영암에서 끝난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투어 파운더스컵에서 공동 17위를 기록했다. 아쉬운 결과였다. 양지호는 이 대회에서 3라운드까지 9언더파 공동 2위에 올랐다. 선두와는 1타 차. 우승까지 노릴 수 있는 위치였다. 그런데 최종 라운드에서 미끄러졌다. 더블보기 1개, 보기 5개 등을 범하며 5오버파를 기록했다. 최종합계 4언더파로 공동 17위로 대회를 마쳤다. 양지호는 “영암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4시간이 너무 힘들었다. 너무 속이 상했다. 몸도 너무 안 좋았다”고 회상했다.

 

 한국오픈 예선은 11일부터 이틀간 강원 춘천시 라비에벨 골프앤리조트 듄스 코스에서 진행됐다. 다음 날 곧바로 춘천으로 가야 한다는 뜻이었다. 양지호는 “솔직히 예선전을 가야 하느냐는 생각을 했다”며 “몸이 너무 좋지 않으니, 예선전을 가서도 좋은 플레이를 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아내에게 예선전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양지호가 24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CC에서 끝난 '코오롱 제68회 한국오픈골프선수권대회'에서 아이언샷을 하고 있다. 조직위 제공
양지호가 24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CC에서 끝난 '코오롱 제68회 한국오픈골프선수권대회'에서 아이언샷을 하고 있다. 조직위 제공

 하지만 아내는 단호했다. 양지호는 “아내가 대리기사님을 불러주셨다. 덕분에 1시간30분 동안 편하게 춘천으로 갔다”며 “아내가 아니었으면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양지호의 아내는 임신 중이다. 뱃속에 무럭이(태명)가 자라고 있다. 오는 12월이 출산 예정일이다. 무럭이가 생기기 전까지 양지호의 곁을 지키며 캐디로 활동한 김유정 씨다. 전문 캐디는 아니지만, 양지호의 멘털을 관리(?)하며 2022년 KB금융 리브챔피언십과 2023년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우승 등 KPGA 투어 통산 2승을 일궜다. 일본 투어에서 활약할 때도 항상 함께했다.

 

 양지호는 “아내가 캐디로 있으면서 저에게 다 맞춰줬다”며 “투정을 많이 부려서 본인도 짜증 날 텐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러면서 “너무 고맙다. 나 같은 놈이 뭐라고 이렇게까지 해주느냐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고마운 마음”이라고 전했다.

 

 김유정 씨는 이번 대회 내내 갤러리로 양지호의 곁을 지켰다. 2라운드에서는 홀로 현장을 찾아 양지호의 플레이를 지켜본 뒤 금요일마다 예약이 잡혀있는 병원 검진을 위해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아내가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는 양지호의 마음도 편치 않았다. 그래서 더 이를 악물었다. 그는 “아내가 곁에 있으면 힘이 된다. 아내와 무럭이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에 따뜻해지더라”고 전했다.

양지호가 24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CC에서 끝난 '코오롱 제68회 한국오픈골프선수권대회'에서 홀 아웃하고 있다. 조직위 제공
양지호가 24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CC에서 끝난 '코오롱 제68회 한국오픈골프선수권대회'에서 홀 아웃하고 있다. 조직위 제공

 두둑한 우승 상금. 양지호는 “앞으로 태어날 아이를 위해 열심히 저축해야 한다”며 “당연히 아내를 위해 뭐든지 다 해줄 수 있다. 아내가 집이 좁다고 그러더라. 좋은 자극이 된 것 같다”고 껄껄 웃었다. 이어 “나는 골프가 너무 좋다. 경쟁하는 것도 즐겁다. 골프는 이제 아내와 아이를 책임져야 하는 수단이 됐다. 그래서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고 눈물을 훔쳤다.

 

천안=권영준 기자 young0708@sportsworldi.com



권영준 기자 young0708@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