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화한 미소, 드디어 트로피에 비쳤다.
여자프로배구 현대건설이 ‘V3’에 성공했다. 흥국생명을 마주친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에서 3승 무패로 트로피에 입맞춤했다. 8년 만의 챔프전 우승, 13년 만의 통합우승이라는 기분 좋은 기록이 줄지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우승, 그 중심에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이 서있다.
◆덕장(德將)
강 감독은 1992년 실업팀 현대자동차써비스(현 현대캐피탈)에 입단해 2003년까지 선수로 활약했다. 현역 은퇴 후, 친정팀에서 지도자의 길을 택해 제2의 배구인생을 시작했다. 착실히 경험을 쌓았다. 현대캐피탈,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을 거치며 코치, 수석코치직을 수행했다.
기다리던 감독 데뷔도 성공했다. 2015년 KB손해보험 감독대행으로 시작해 정식 사령탑으로 승격됐다. 이렇다 할 성적은 내지 못했다. 팀 전력이 두텁지 못한 것도 있었지만, 온화한 성격과 세밀한 배구를 추구하는 ‘덕장’ 강 감독의 스타일이 남자배구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2017년부터 남자 청소년 대표팀 감독을 맡으며 프로를 잠시 떠났던 배경 중 하나다.
변곡점이 찾아왔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역임한 여자배구 대표팀 수석코치 커리어였다. 여자배구 황금기를 이끈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 밑에서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 쾌거를 일궜다. 개인적으로도 라바리니 감독이 불러온 선진배구를 습득하는 것은 물론, 남자배구에만 머무르던 자신의 저변을 여자배구로 확대시킬 수 있었다.
◆꼴찌에서 정상까지
자연스럽게 여자부 지휘봉이 쥐어졌다. 전임 이도희 감독을 이어 2021~2022시즌 현대건설의 11대 감독으로 선임됐다. 구단은 그의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디테일하고 짜임새 있는 배구가 여자부에 훨씬 적합할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현대건설의 직전 시즌 성적은 최하위였다. 주전 세터 이다영의 이적, 선수들의 더딘 성장이 맞물린 결과였다. 하나씩 변화를 만들었다. 섬세하게 선수들의 감정을 읽고, 스스럼없이 제자들을 대했다. 선수들의 손에 끌려 나와 현란한 춤사위를 보여준 올스타전 하이라이트가 그와 선수 사이의 유대 관계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장면이었다.
그렇게 ‘강팀’이 만들어졌다. 부진하던 베테랑 양효진과 황민경이 부활을 알렸고, 유망주 세터 김다인은 국가대표 세터로 성장했다. 포지션 변경에 성공한 정지윤까지 얹어지며 모든 박자가 맞아들었다. 다만 딱 하나, 우승만 허락되지 않았다. 코로나19, 부상 악령이 연신 발목을 잡았다. 자유계약선수(FA) 황민경을 잃고 시작한 올 시즌도 불안했다. 새 얼굴이 많아지며 맞지 않은 손발, 크고 작은 잔부상들이 쉼없이 팀을 괴롭혔다.
무너지지 않았다. 강 감독의 지도 아래 위기 속에서 똘똘 뭉쳤다. 결국 정규리그서 흥국생명의 맹추격을 떨쳐내더니, 챔프전에서 한 수 위 조직력을 바탕으로 압도적인 스윕을 일궈 우승 자격을 증명했다. 다사다난했던 3년의 시간이 흘러, 강성형 감독의 ‘전매특허’ 따뜻한 미소가 마침내 챔프전 우승 트로피에 담겼다.
인천=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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