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같은 봄이 찾아왔다.
남자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은 15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OK금융그룹과의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6라운드 맞대결을 3-2(23-25 25-21 25-22 19-25 15-9)로 승리하며 길었던 정규시즌의 마침표를 찍었다.
그 어떤 경기보다 값진 승리다. 무려 봄배구 진출을 만들어냈기 때문. 시즌 18승(18패)을 신고한 현대캐피탈은 승점 55를 찍으며 3위 OK금융그룹(20승16패·승점 58)과의 승점 차를 3점으로 좁혔다. 그에 따라 3·4위 간 승점 차 3점 이내의 경우에만 개최되는 단판제 준플레이오프(준PO) 개최가 확정됐다.
삼각편대가 불을 뿜었다. ‘외인 에이스’ 아흐메드 이크바이리가 공격성공률 68.57%로 25점을 뽑아내며 해결사 역할을 했다. 5세트 맹렬한 서브로 승리 일등공신으로 거듭난 허수봉도 서브에이스 2개 포함 17점을 얹었고, 직전 경기 등 부상에서 돌아온 전광인도 15점을 뽑아냈다. 여기에 중앙의 차영석(11점)-최민호(10점)까지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고루 폭발했다. 풀세트 혈전을 가져온 배경이다.
‘진순기 매직’이 만든 ‘포스트시즌 엔딩’이다. 현대캐피탈의 출발은 최악이었다. 연패를 거듭하며 지난 시즌 챔프전 준우승 팀이 최하위 후보로 전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결국 9시즌 동안 함께해 온 최태웅 전 감독과 작별을 택했고, 진순기 수석코치가 임시로 지휘봉을 잡기에 이르렀다.
변곡점이었다. 팀 분위기가 180도 변했다. 남다른 전력분석력을 갖춘 진 대행은 지휘봉을 잡자마자 5연승을 이끌며 반등을 견인했다. 꼴찌를 다투던 6위에서 단숨에 봄배구 경쟁팀으로 변모했다. 막바지로 향하며 조금 힘이 부쳤고, 내심 목표로 삼았던 3위도 OK금융그룹에 내주는 등 봄배구에 빨간불이 들어오기도 했다. 포기는 없었다. 6라운드 KB손해보험전부터 다시 연승을 내달렸고, 난적 우리카드까지 잡아내며 희망을 붙잡았다. 그리고 이날 OK금융그룹과의 맞대결 승리로 기적의 준PO를 일궈냈다.
진 대행 체제 아래 무려 14승5패, 승점 39점을 챙기는 기염을 토했다. 이 기간으로만 한정하면 남자부에서 가장 많은 승리와 승점을 따낸 팀이다. 이 기세 그대로 봄배구에서 언더독의 반란을 꿈꾼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나서는 현대캐피탈의 마지막 준PO 기억은 2011∼2012시즌이다. 당시 KEPCO(현 한국전력)를 상대로 2승무패(당시 3전2선승제)로 웃은 바 있다. 남자부 최근 4시즌 연속 준PO를 만든 점도 뜻깊다. 앞선 3번의 준PO는 모두 4위가 업셋에 성공했다. 기분 좋은 신호와 함께 봄을 준비하는 현대캐피탈이다.
OK금융그룹과 현대캐피탈의 준PO는 오는 21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펼쳐진다. 양 팀의 올 시즌 상대전적은 3승3패 완벽한 균형을 이룬 상황. 피할 수 없는 외나무다리 승부가 예고됐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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