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카겜 없는 지스타, 넷마블·엔씨 우뚝

넷마블 '대작 삼총사' 명가 각인
모바일 RPG·MMO게임 출동
엔씨, 8년 만의 참가…7종 선봬
LLL·BSS 등 신작 3종 시연도

지난 2020년 중국발 코로나19의 창궐로 인해 불완전체로 이어가던 지스타가 마침내 오프라인 국제 게임 박람회의 위용을 복원하면서 지난 19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나흘간의 일정을 성황리에 마쳤다.

 

올해는 주요 선발 기업 중 넥슨과 카카오게임즈가 불참을 선언한 가운데 넷마블과 엔씨소프트, 위메이드 등 게임 업계 거봉(巨峯)들이 출전해 산업의 미래를 그려갔다. 개근상을 받을 정도로 지스타의 터줏대감 역할을 도맡은 넷마블은 ‘가장 자신 있는’ 라인업으로 게임 마니아들을 설레게 했고, 엔씨소프트는 2015년 이후 8년만에 일반 대중 속으로 들어갔다.

 

◆돌아온 명장의 서슬퍼런 칼날

코로나가 닥쳐와도 지스타의 권위가 추락했을 때도 한결같이 지스타의 명맥을 지켜온 넷마블은 ‘일곱 개의 대죄:Origin’과 ‘데미스 리본’, ‘RF 온라인 넥스트’라는 초대형 삼총사를 앞세우며 명가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각인시켰다.

 

일곱 개의 대죄:Origin은 전 세계에서 다운로드 6000만 회를 돌파한 모바일 RPG(역할수행게임) ‘일곱 개의 대죄:GRANDCROSS’의 후속작이다. 넷마블의 자회사 넷마블에프앤씨에서 만들고 있다. 일곱 개의 대죄:Origin은 원작인 일본 애니메이션 ‘일곱 개의 대죄’에 기초한 오픈월드 수집형 RPG다. 원작 속 주인공 멜리오다스와 엘리자베스의 아들 트리스탄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말 그대로 멀티버스 오리지널 스토리인 셈이다.

일명 별의 파편을 모으면서 대륙 각지를 돌고, 다채로운 게임을 즐기는 오픈월드 콘텐츠로 구성됐다. 일곱 개의 대죄와 묵시록의 4기사 등 영웅들을 찾아 전투 스타일을 짜는 묘미가 쏠쏠하다. 지스타에서는 초반 세계관을 살펴볼 수 있는 스토리 모드와 광활한 브리타니아 대륙을 자유롭게 탐험할 수 있는 오픈월드 모드로 호평을 얻었다. 일곱 개의 대죄:Origin은 모바일과 PC, 콘솔 플랫폼으로 구동된다.

데미스 리본 역시 넷마블에프앤씨가 손을 대고 있다. 오리지널 IP(지식재산권) ‘그랜드크로스’에 바탕을 둔 수집형 모바일 RPG다. 일종의 서브컬처를 지향한다. 특별한 힘을 지닌 ‘커넥터’(이용자)가 세상의 혼돈과 멸망을 막기 위해 오파츠를 회수하는 모험을 한 편의 애니메이션으로 그려 지스타 현장에서 갈채를 받았다.

넷마블 '데미스 리본' 부스.

데미스 리본의 차별점은 바로 캐릭터다. 신화나 역사 속 영웅을 현대화한 매력적인 ‘초월자’(캐릭터)들이 나온다. 커넥터와 공조해 전투하는 초월자들은 각자 배경을 지니고 있고, 전투에서 발현되는 화려한 스킬인 초월기는 보는 재미를 더한다. 수많은 캐릭터와 조우하고 월드맵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모험하는 맛이 남다르다. 지스타 시연 빌드에서는 총 14종의 캐릭터를 우선 공개했다.

RF 온라인 넥스트(개발사: 넷마블엔투)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 2004년부터 20년 동안 PC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흥행했던 ‘RF 온라인’의 IP를 계승한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다. 언리얼5 엔진을 사용해 SF 세계관을 사실적으로 표현했고, 3개 국가를 주축으로 다수가 참여하는 대규모 전투(RVR)가 특징이다. 총 6종의 바이오 슈트를 골라서 착용하고, 직접 탑승하는 거대 로봇 ‘신기’나 거대 소환수와 함께 환상적인 미래형 전투를 만끽할 수 있다.

특히 원작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대규모 전쟁 ‘크래그 광산전쟁’은 삼국 대립하는 부분을 충실하게 시연했다. 광산을 점령하면 보상과 더불어 국가 랭킹이 상승하고, 명예를 상징하는 국가 칭호를 부여한다. PC와 모바일 전용으로 제작되고 있다.

◆명불허전 이름 떨친 엔씨 가문

지스타 현장을 찾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실로 오랜만에 지스타 무대에 선 엔씨소프트는 무려 7종의 작품을 들고 팬들의 갈증을 해소했다. 엔씨소프트의 특기인 MMORPG 요소와 슈팅을 결합한 ‘LLL’, 엔씨소프트가 난투형 대전 액션 장르로는 처음 시도하는 ‘배틀 크러쉬’는 체험하려는 인파들로 만랩의 인기를 누렸다. 두 게임은 ‘리니지’ 시리즈와 ‘아이온’, ‘블레이드 & 소울’로 대표되는 엔씨소프트의 기존 라인업과는 다른 IP다.

LLL은 외형적으로는 3인칭 슈팅(TPS)이라는 골격에 MMO와 오픈월드를 가미했다. 지형지물을 파악하고 엄폐물을 선택하면서 높은 위치를 선점하는 게 중요한 슈팅 장르의 특성에 여럿이 임무를 수행하는 MMO의 기능을 접목했다. LLL은 특정 사건을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가 바뀐 ‘대체 역사’인 SF(Science Fiction, 공상과학)를 다룬다. 10세기 동로마제국 비잔티움과 지금의 서울 코엑스, 봉은사, 여기에 두 세기를 건너뛴 23세기 미래의 지구 어딘가를 하나의 세계관으로 섞어서 구현하는 게 이색적이다. 2024년 안에 PC와 콘솔 플랫폼으로 동시 출시된다.

 

배틀 크러쉬는 시간이 지날수록 좁아지는 지형과 적들 사이에서 최후의 1인이 되기 위해 최대 30명의 이용자가 전투를 벌이는 게 골자다. 캐주얼한 전투와 간편한 조작, 예측 불가능한 난투에다, 포세이돈과 우루스, 롭스 등 그리스 로마 신화의 등장 인물을 귀엽게 재해석한 캐릭터가 백미다. 지스타에서는 3인 1팀으로 30인이 참여하는 배틀로얄 팀전이 첫선을 보였다. 엔씨소프트는 내년 1분기에 2차 비공개 테스트를 진행한다. 배틀 크러쉬는 닌텐도 스위치와 스팀(Steam), 모바일로 시판된다.

엔씨소프트가 신규 IP로 개발중인 수집형 RPG‘프로젝트 BSS’도 지스타에서 관람객들과 첫 상견례를 가졌다. 각양각색의 전투 스타일을 가진 60여종의 영웅 중 5명의 캐릭터를 선택해 나만의 팀을 꾸릴 수 있다. 전투력 위주가 아닌 환경과 상황에 맞춰 대응하는 전략적인 팀 구성이 관건이다. 지스타 현장을 들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LLL 등 콘솔 시장을 중심으로 MMORPG가 아닌 MMO 슈팅에서 어떻게 보여드릴 수 있을지 찾아보는 중”이라며 “배틀크러쉬와 BSS를 통해서는 무겁지 않고 캐주얼한 장르로 다가가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연 수준의 정보 전달도 있었다. 전략 요소에 집중한 ‘프로젝트G’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프로젝트M’은 새 트레일러를 소개했다. 프로젝트G는 다양한 유닛과 본거지를 성장시켜가는 시뮬레이션 게임(SLG)의 재미에, 병기들과 오브젝트를 운용하는 수집형 전략 게임(RTS) 같은 경험을 개인·길드 간의 전쟁으로 확장했다. 프로젝트M은 정보로 이뤄진 세계라는 독특한 설정을 기반으로 한 인터랙티브 어드벤처 게임이다.

엔씨소프트 'TL' 시연부스.

내달 7일로 공식 발매 일자를 잡은 역작 ‘THRONE AND LIBERTY’(쓰론 앤 리버티, TL)는 지스타에서 기대감만큼 최고의 별로 떠올랐다. TL은 필드와 환경, 이용자 등 MMORPG 장르가 지닌 3가지 요체가 상호 영향을 미치는 변칙적인 입체 플레이가 가능하다. TL은 MMORPG 장르의 근원인 공성전(攻城戰)을 특화 설계했다. 공성전이 끝나면 각 마을에서 모인 세금을 한 곳에 모으는 ‘세금 수송’ 콘텐츠가 진행된다. 세금을 지키려는 길드와 빼앗으려는 길드가 협곡과 평야를 오가며 전투를 벌인다.

 

부산=김수길 기자 sugiru@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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