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혈 개선에 효과적인 침 치료 [이진호의 영화 속 건강이야기]

이진호 자생한방병원장

지난달 넷플릭스에 공개된 연상호 감독의 SF영화 ‘정이’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영화는 2315년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로 폐허가 된 미래 지구를 배경으로 한다. 인류연합은 지구를 떠나 우주에 새로운 터전 ‘쉘터’들을 구축하고 이주했는데 일부 쉘터가 독립을 선포하면서 ‘연합군’과 내전을 일으킨다.

연합군 전쟁용병 ‘정이(김현주 분)’는 수 차례 전투를 승리로 이끌며 영웅으로 추앙 받는다. 그런 정이는 딸 ‘서현(강수연 분)’의 암 치료비를 벌기 위해 전장에 나갔다가 작전 실패로 식물인간이 된다.

훗날 중년으로 성장한 서현은 장기전으로 비화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정이의 뇌를 복제한 군사용 휴머노이드를 제작하는 인공지능(AI) 프로젝트의 팀장을 맡게 된다. 하지만 연구를 이어나가는 도중 암이 재발해 3개월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은 서현은 이대로 죽을 것인지 로봇의 몸을 이식 받을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이렇듯 영화에서는 서현의 암 치료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사람의 뇌를 복제할 정도로 인공지능 기술은 발전했지만 암은 여전히 인간이 정복하지 못한 질병으로 묘사되는 것이 흥미로웠다. 정이가 서현의 치료를 위해 위험천만한 용병 일을 택한 것으로 보아 치료비도 매우 비쌌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막대한 돈을 지불해 수술했음에도 서현의 암이 재발했다는 점에서 암 완치도 쉽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암은 비정상적인 세포가 증식을 거듭해 인체의 기능을 망가트리는 질환이다. 한의학적 해석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한의학에서는 암을 몸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기가 원활히 순환되지 않아 비정상적인 혈액이 뭉쳐 발생하는 종양으로 본다. 즉 몸에 혈액이 제대로 돌지 못해 한 곳에 정체되는 증상인 어혈(瘀血)이 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어혈은 과도한 스트레스, 피로 누적, 잘못된 생활습관 등 다양한 이유로 생기는데 신체에 각종 이상 증상을 유발한다.

대표적인 증상으로 혈액이 적체된 부위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있으며 두통 및 어지럼증, 출혈 등의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어혈의 증상은 2차 질환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고 심할 경우 암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제때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한의학에서는 효과적으로 어혈을 풀기 위해 침·약침 치료, 한약 처방 등을 실시한다. 먼저 침 치료를 통해 어혈이 발생한 부위의 기혈을 소통시켜 통증을 완화한다. 이후 한약재 성분을 인체에 무해하게 정제한 약침은 어혈로 인해 긴장된 주변 근육 및 인대를 부드럽게 풀어줘 혈액순환을 돕는다. 또 환자의 체질과 건강 상태에 맞는 한약 처방은 혈류량과 속도를 원활히 해 면역력을 높이고 피로, 스트레스 상태를 개선한다.

병을 치료하는 최고의 방법은 원인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또 가벼운 이상 증상을 무시하고 방치할 경우 더욱 큰 병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결국 꾸준한 건강 관리를 통해 병을 예방하는 것이 핵심이다. 건강에는 스스로 엄격해져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신체의 작은 변화에도 관심을 기울여 건강한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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