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밤’ 이준영 “천재 뮤지션 윤태인, 사람 냄새 나더라” [인터뷰]

이제 ‘배우돌’의 꼬리표를 확실히 뗐다. 배우로 단단히 뿌리내린 이준영이 ‘너의 밤’을 시작으로 2022년 폭넓은 활동에 나선다. 

 

지난 23일 종영한 SBS 일요드라마 ‘너의 밤이 되어줄게’(이하 ‘너의 밤’)는 몽유병을 앓고 있는 월드 스타 아이돌 윤태인(이준영)과 비밀리에 이를 치료해야 하는 신분위장 입주 주치의 인윤주(정인선)의 치유 로맨스. 극 중 이준영은 세상의 중심을 자기라고 생각하는 음악 천재 윤태인의 성장기를 그렸다. 

 

19일 화상인터뷰를 통해 만난 이준영은 “윤태인의 인생에서 사람 냄새가 나더라. 그의 아픔이 내 손을 꼭 잡아줬다”며 작품의 매력을 짚었다. 겉으로 보기엔 완벽하고 까칠하지만, 이면에는 트라우마를 지녔다. 뜯어보면 상당 부분 자신과 닮아 있는 윤태인을 보며 ‘꼭 연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더욱이 윤태인은 그가 막연하게나마 꿈꿔온 ‘밴드’ 루나, 여기에 메인 보컬을 담당하는 멤버라는 점이 그를 매료시켰다. 

전작 ‘이미테이션’에 이어 ‘너의 밤’에서도 아이돌 그룹의 구성원이 됐다. 차가운 외면과 달리 내면의 아픔을 지닌 실력파 멤버. 자칫 비슷해 보일 수 있는 두 작품의 캐릭터를 연달아 출연했다. 하지만 그는 “둘 다 결이 너무 다른 작품이다. 역할 자체도 달랐다”며 “‘이미테이션’에서는 감정적인 인물이었다면, ‘너의 밤’의 윤태인은 이성적이고 차갑지만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비교했다. 

 

또 하나 다른 점은 ‘몽유병’ 설정이었다. 실제로 본 적 없는 병을 연기하기 위해 그가 찾은 방법은 상상이었다. 눈의 초점도 세세하게 신경 써야 했고, 세트장 동선을 외웠다. ‘천재 아이돌’ 설정도 채워가는 재미가 있었다고. 음악방송 카메라를 찾는 데는 익숙한 터라 카메라에 담길 각도를 고려해 연기할 수 있었다. 특히 라이브 방송을 통해 팬과 소통하는 장면을 언급하며 “진짜 SNS 라이브 방송을 할 때의 대화 내용 같았다. 어떻게 알아채셨는지 신기하더라”며 웃었다. 

 

전작에서 느꼈던 춤의 부담감은 사라지고 이번엔 악기에 대한 부담감이 올라왔다. “악기를 다루는 게 처음이었다”고 고백한 이준영은 “무식하게 열심히 하는 타입이라 손에 물집이 많이 생겼다”고 했다. 그럼에도 무대 위에서 루나 멤버들과 호흡할 수 있었다는 것이 밴드가 가진 신선한 장점이었다. 

 

“큰 공연장에서 멋있게 밴드 연주를 해야 하는 신이 가장 부담됐어요. ‘천재 아이돌’이 뭘까, 나는 천재가 아닌데 천재라면 어떤 행동을 할까 고민도 했죠. 아이돌 활동 경험이 있지만 루나만큼의 인기가 있던 팀이 아니기도 했어요. 캐릭터 설정을 위해 SNS로 다른 아이돌의 공항 입국장면을 많이 찾아봤죠.”

 

2014년 아이돌 그룹 유키스 멤버로 합류한 이준영은 2017년 JTBC ‘부암동 복수자들’로 연기를 시작했다. OCN ‘미스터 기간제’, SBS ‘굿캐스팅’, MBC 에브리원 ‘제발 그 남자 만나지 마요’ 등 단기간 내 빼곡한 주연작으로 필모그래피를 채웠다. 최근 넷플릭스 ‘디.피(D.P.)’의 출연도 화제였다. 

 

아직까지 ‘부암동 복수자들’의 ‘수겸 학생’으로 그를 기억하는 시청자가 많다. 이준영은 감사를 전하며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캐릭터다. 매 작품 ‘그때보단 잘해야지’ 비교하게 되더라”고 답했다. 

연기뿐 아니라 OST에도 참여하며 음악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 이준영은 “음악도 무대도 항상 너무 좋다. 그 마음은 지금도 같다”며 “연기에 집중한다고 해서 과거가 없어지는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배우와 가수 두 직업에 관해 “연기의 매력은 끊임없이 고뇌하고 순간순간 의심할 수 있다는 거다. 현장에 따라 달라지는 상황들에 신이 난다.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고 했다. 반면 “노래가 끝나고 팬을 바라보면 여러 감정이 오간다. 이래서 내가 노래를 하는구나 생각이 든다. 내 앞에 수많은 빛과 음성이 들리면 황홀하다”고 가수로서 느낄 수 있는 무대 위의 매력을 찾았다. 

 

“아이돌 활동은 없어선 안 될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일찍 사회에 많은 경험을 했고, 연기하면서 당시의 감정을 끌어서 쓸 때도 있어요. 연기를 시작했을 때 표현해보고 싶은 게 정말 많았거든요. 좋은 기억도 많았지만, 슬픈 기억도 조금씩은 있어요. 그런 감정 덕분에 ‘너의 밤’에서 더 생생한 표현을 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작품을 준비하면서 가장 노력하는 것 중 하나는 ‘작품에 맞는 얼굴 찾기’다. 행동도 습관도 마찬가지다. ‘너의 밤’을 위해서는 윤태인을 벗어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다. 나아가 그는 “배우란 감정을 가지고 하는 일이다. 순수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역할에 따라 얼굴이 변하는 배우로 보이길 바란다”고 했다.

 

이준영에게 ‘너의 밤’은 ‘다시 보고 싶은 영화’다. 시청자에게도 ‘다시 보고 싶은’ 작품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는 “누구나 아픔이 생기면 주변을 돌아봐도 된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작품이길, 소소하지만 재미있는 드라마였다는 걸 잊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이준영은 내달 넷플릭스 ‘모럴센스’로 전 세계 시청자를 만난다. ‘모럴센스’는 모든 게 완벽하지만 남다른 성적 취향을 가진 지후(이준영)와 그의 비밀을 알게 된 유능한 사원 지우(서현)의 상명하복 로맨스. 공개된 포스터에는 명령을 내리는 지우와 리본에 묶인 채로 복종하는 지후의 파격적인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준영은 “‘모럴센스’는 아찔한 취향을 다루는 로맨스다. 어떤 결과물이 나왔을지 궁금하다. 윤태인과 정지후는 결은 비슷하지만, 성격 자체는 다르다”고 예고하면서 “영화 ‘용감한 시민’ 촬영도 열심히 하고 있다. 여러 분야로 찾아뵐 계획을 세워놨다”고 쉼 없는 활약을 예고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제이플랙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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