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양·김 다음 ‘좌완 에이스’ 공백…19세 이의리가 든 ‘왼손’

 류현진과 김광현, 양현종이 모두 미국 메이저리그(MLB)로 향하면서 대표팀에 큰 공백이 생겼다. KBO리그서 내로라하는 좌완 투수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가 실패를 겪으면서 대표팀 ‘좌완 에이스’ 계보에 공백이 생긴 시점, 고졸 신인 투수 이의리(19·KIA)가 당차게 ‘왼손’을 들었다.

 

 이의리는 5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야구 미국과 제2준결승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5피안타(1홈런) 9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지난 1일 도미니키공화국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 5이닝 9탈삼진으로 특유의 탈삼진 능력을 과시했다.

 

 이기면 결승전, 패하면 동메달결정전으로 향하는 일전이었다. 올림픽 야구 디펜딩챔피언의 자존심이 걸린 경기였다. 엄청난 부담감을 안고 마운드에 오른 이의리는 놀랍도록 침착했다. 1회말부터 탈삼진 2개를 솎아냈고, 3회에는 삼자범퇴로 상대 타선을 막아냈다. 4회말 2사 후 제이미 웨스트브룩에 피홈런을 내준 게 유일한 흠. 5회에도 앨런과 로페스를 연이어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실점 위기에 몰린 뒤에도 4번 타자 카사스를 2루 땅볼로 처리해내며 투구를 마쳤다.

 한동안 목말랐던 ‘좌완 에이스’에 대한 갈증이 풀리고 있다. 시간을 돌려보자. 이번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야구계 모든 관계자가 “프로야구는 물론 대표팀의 위기”라고 했다. 국제대회에서 항상 마운드를 지켜온 좌완 트리오 ‘류·김·양’이 모두 빠졌다. 구창모(NC)가 부상으로 시즌아웃되면서 그 다음 타자가 보이지 않았고, 오른손 투수도 마땅치 않았다.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탈락부터 이어진 실패, 지난 몇 년간 세계무대와 격차가 벌어진 한국야구의 현실 자각과 우려였다.

 

 이의리가 짐을 덜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프로선수 출전이 허용된 지난 1998 방콕아시안게임부터 2020 도쿄올림픽까지 만 19세 신인 투수가 태극마크를 단 인원은 네 명이다. 2002 부산아시안게임 김진우와 2006 도하아시안게임 류현진, 그리고 이번 대표팀에 합류한 이의리와 김진욱(롯데)이다. 그 중 두 차례 연속 선발 등판한 경우는 류현진과 이의리가 유이하다. 류현진은 2경기에서 6⅓이닝 동안 탈삼진 6개를 잡았고, 이의리는 10이닝 동안 18탈삼진을 솎았다. 성적만 놓고 절대비교는 어렵지만 ‘류·김·양’의 뒤를 이을 발판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류현진은 프로 3년차, 김광현은 2년차에 올림픽 무대에서 금메달을 땄다. 양현종 역시 프로 4년차였던 지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서 데뷔해 금메달을 수확했다. 아직 메달 유무는 예단할 수 없지만 이의리는 ‘좌완 에이스’의 그림자를 좇을 준비를 마쳤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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