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kyo 이슈]천식·주의력 결핍·우울증…라일스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였다”

 지난 4일 2020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200m 결승선을 세 번째로 통화해 동메달(19초74)을 확정했다. 골인 직후부터 흐느끼더니 속도를 모두 줄인 뒤에는 트랙에 주저앉아 펑펑 울기었다. 어떤 의미였을까. 노아 라일스(24·미국)은 “무엇인가를 말하는 게 그동안 너무 무서웠다”고 했다.

 

 미국 스포츠매체 ‘ESPN’은 5일(이하 한국시간) “라일스가 흐느껴 운 일은 동메달과 관련이 없었다. 라일스가 도쿄의 단거리에 적합한 느낌을 찾으려고 노력하면서도 항우울제를 계속 복용하는 것을 본 어려운 해였다”고 전했다.

 

 만성 천식을 앓은 라일스는 유년 시절부터 병원에서 보냈다.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도 결석이 많아 1학년을 두 차례 수료했고, 연년생 동생 요세푸스와 줄곧 같은 학년으로 학교를 다녔다. 고교 시절엔 주의력 결핍 장애와 난독증 진단을 받아 교정 시설에서 치료를 받았다. 정신적인 장애물을 일정 부분 해소한 라일스는 지난 2014년 유스올림픽 200m 금메달로 이름을 알렸고, 지난 2019 도하 세계선수권 육상 남자 200m에서 금메달(19초83)을 목에 걸면서 우사인 볼트(은퇴)의 뒤를 잇는 주자로 손꼽혔다.

 

 2020년 6월 도쿄올림픽 정식 개막을 앞뒀을 당시 라일스는 미국 전체 선수단 중 체조여왕 시몬 바일스와 함께 가장 존재감이 큰 이름 중 하나였다. 육상 200m 종목에서도 우승후보 1순위로 손꼽혔다. 그러나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대회가 1년 미뤄지면서 모든 게 바뀌었다. 바일스는 물론 테니스 오사카 나오미(일본)이 겪었던 극도의 부담과 불안 등이 라일스에게도 생겼다. 올림픽 무대를 꿈꿨던 동생 요세푸스의 불참도 크게 작용했다.

 

 미약한 상태인 그에게는 대회 출전 자체가 전혀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다. 라일스는 “누군가는 내게 ‘우울증 약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왜 SNS로 알리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정확하게는 내가 약을 복용하면서 나아졌다는 의견이었다”면서 “세상에는 정말 많은 사람이 있지만 나처럼 새로운 여행을 떠나거나 무엇인가를 말하는 것에 정말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다”고 털어놨다.

 

 다행스럽게도 결승선을 통과하고 눈물을 흘린 뒤에야 감정을 추스렀다. 라일스는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였다. 어느 날 일어나서 ‘더 이상 여기 있고 싶지 않아’라고 생각하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라며 “그래도 트랙에서는 좋은 감정을 찾았다.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무섭다’라고 말할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했다.

사진=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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