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Tokyo] 역경 속에서…‘맏형’ 류한수의 뜨거운 눈물

 

“죄송합니다.”

 

레슬링 류한수(33·삼성생명)의 마지막 올림픽이 빈손으로 마무리됐다. 지난 3일 그레코로만형 남자 67㎏급 16강전에서 강호 무함마드 엘 사예드(이집트)에게 6-7로 석패했다. 설상가상 엘 사예드가 준결성전에서 패하면서 패자부활전의 기회마저 얻지 못했다. 무려 5년을 기다려왔던 무대이기에 많은 감정이 교차할 수밖에 없었다. 참으려 해도 자꾸만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류한수는 “부족해저 졌다. 후회가 안 남는 시합을 하고 싶었는데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류한수는 한국 레슬링의 간판이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차례나(2013, 2017년) 정상에 올랐다. 아시안게임(2014, 2018년)과 아시아선수권대회(2015년)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랜드 슬램까지 단 한 걸음, 올림픽 제패가 남아 있었다. 다만, 올림픽만큼은 유독 인연을 맺기 어려웠다. 생애 첫 올림픽 출전이었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선 8강에서 멈췄다. 간절함으로 무장하고 나섰지만 이번에도 고배를 마셔야 했다. 짙은 아쉬움을 숨기지 못한 이유다.

 

어깨가 무거웠을 듯하다. 한국은 이번 도쿄올림픽에 류한수와 김민석, 둘만 출전했다. 2012년 런던 때 9명, 리우 때 5명을 파견한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다.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기 위해 나선 국제대회에서 집단감염을 겪었다. 올림픽 2회 연속 메달(금메달1, 동메달1)을 땄던 김현우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제대로 된 훈련은커녕 대회 출전도 어려운 상황. 류한수와 김민석은 연습 파트너도 없이 준비해야 했다.

 

한국 레슬링의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도 강했다. 한국은 1976년 몬트리올림픽에서 양정모가 한국 스포츠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뒤 매 대회마다 최소 1개 이상의 메달을 안겼다. 통산 금메달 11개, 은메달 11개, 동메달 14개를 일군 효자종목이다. 하지만 최후의 보루였던 류한수가 중도 탈락하면서 한국 레슬링은 노메달로 대회를 마쳤다. 45년 만이다. 류한수는 그 어떤 핑계도 대지 않았다. “부디 후배들이 한을 풀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목표는 이루지 못했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류한수의 여정은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하다.

 

사진=뉴시스/ 류한수가 도쿄올림픽 무대에서 경기를 치르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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