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기자의 유통잡설] 한국 경제의 밑거름… 대표 재일 <在日> 기업 ‘롯데’

도쿄올림픽 개막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지금 일본에선 우리나라 국가대표들이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을 최고의 경기력으로 위로하기 위해 마지막 준비를 하고 있다. 결과와 상관없이 이들이 흘린 땀을 응원하고 그 과정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사실 일본에서는 훨씬 이전부터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많은 국가대표들이 묵묵히 활약하고 있었다. 특히 이들은 일본에서 사업을 시작해 큰 성공을 거뒀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경제 성장을 위해 많은 자본을 필요로 할 때 애국심 하나로 고국으로 돌아와 한국경제의 밑거름이 됐다. 그들은 바로 재일한국기업이다.

수 많은 재일(在日)한국기업인 중 한국경제에 기여한 바가 큰 기업인은 단연코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일 것이다. 가난한 농가 10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난 신격호 명예회장은 1942년 무일푼으로 일본에 건너간 1세대 재일한국기업인이다. 한일국교정상화를 계기로 1967년 롯데제과를 설립하며 본격적인 한국 투자를 시작했다. 애초에 신 명예회장은 기간산업에 투자해 경제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뜻을 품고 제철사업을 추진했으나 국영화 방침이 정해지면서 희망을 접어야 했다. 결국 1979년 호남석유화학을 인수하며 신 명예회장은 중화학기업 추진의 꿈을 이룬다.

신 명예회장의 고국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곳은 잠실 롯데월드 단지다. 개발 당시만 해도 도심에서 먼 외곽인 데다 배후 상권이 없는 잠실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에 내부 반대가 극심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에게 적절한 문화휴식공간, 세계적인 랜드마크를 선물하겠다는 신 명예회장의 강한 의지로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랜드마크 잠실 롯데월드가 추진될 수 있었다.

롯데월드타워를 완공하고 현재의 식품, 유통, 관광, 화학 사업까지 망라하는 재계 5위 롯데를 이끈 것은 바로 차남 신동빈 회장이라고 재계에선 일컫는다. 신 회장은 아버지의 가르침에 더해 미국, 영국 등에서 글로벌 비즈니스 경험을 쌓았다. 1990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에 입사한 신동빈 회장은 2004년 그룹 콘트롤타워인 정책본부 본부장에 선임됐다. 이후 신 회장은 40건 이상 국내외 인수합병, IPO 확대, 글로벌 진출 등 사업 확장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신 회장이 그룹 경영에 핵심적으로 참여한 2005년부터 2020년까지 롯데그룹은 연평균 8.9%(자산 기준)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2020년 롯데그룹 자산은 118조원으로, 2000년 대비 605.5% 성장하며 5대그룹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미국, 유럽, 동남아 등에 진출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롯데는 신 회장이 한일 통합경영을 하고 있으며 일부 일본 브랜드를 한국에 들여온 것을 이유로 국적 논란이 일어나기도 한다.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 불매 운동으로 이어져 매출 타격 등 그 영향을 직접 받고 있다. 명목상 한일 통합경영이지만 실제 사업확장, 글로벌 진출 등은 모두 한국 롯데의 역할이다.

롯데는 앞으로의 미래도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롯데정보통신은 지난 6월 15일 세종시에서 운전석 없는 자율운행셔틀 임시운행허가를 국내 최초로 취득하며 자율주행셔틀 서비스 개척에 나서고 있다. 롯데알미늄은 2차전지 필수 소재인 양극박을 1만8000t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헝가리에 완공한다. 유럽의 주요 업체들에 직접 공급하기 위함이다. 최근 롯데케미칼은 수소를 핵심사업 중 하나로 지목하고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롯데가 최근 몇 년간의 불행한 이슈와 코로나19로 인해 전에 없던 경영 환경을 맞이하고 있다. 과거 일본에서의 성공을 뒤로 하고 고국의 경제개발을 위해 돌아온 롯데. 재일한국기업 중에서도 ‘대표’격인 롯데의 부활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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