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바꾼 17번홀…이경훈 “퍼터 바꾼 것이 큰 도움”

[스포츠월드=전영민 기자] 17번홀(파3)에서 약 1m짜리 버디 퍼트가 홀컵으로 떨어지자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마지막 홀에서 챔피언 퍼트를 성공한 뒤에는 아내와 포용하며 기쁨을 누렸다. 이경훈(30)은 “퍼터를 바꾼 것이 이번 우승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경훈은 1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파72·7468야드)에서 열린 미국 남자프로골프(PGA) 투어 AT&T 바이런 넬슨(총상금 810만 달러) 4라운드에서 버디 8개와 보기 2개를 묶어 6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 합계 25언더파 263타를 기록한 이경훈은 샘 번스(미국·22언더파 266타)를 3타 차로 따돌리고 생애 첫 투어 우승의 영예를 누렸다.

 

 선두에 3타 뒤진 채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한 이경훈은 시작부터 타수를 줄였다. 2번홀부터 4번홀까지 연속 버디를 낚았다. 경기 후반부에 폭우와 낙뢰로 2시간 20분 동안 지연되기도 했다. 이경훈은 심리적인 부담을 이겨내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경훈은 “긴 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인내심을 갖고 긍정적인 생각을 계속하려고 노력했다. 우승까지 정말 오래 걸렸다”면서 “우승하면 어떤 세리머니를 할지 많이 생각했는데 너무 흥분한 나머지 다 잊어버렸다. 정말 기쁘다”고 했다.

 

 원동력은 퍼터였다. 이경훈은 “사실 최근 몇 달 사이에 퍼트가 말을 듣지 않았다. 원래 말렛형을 쓰다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캘러웨이의 일자형 퍼터로 바꾼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퍼터를 바꾸자 기록이 달라졌다. 올 시즌 이경훈의 라운드 당 퍼트 수는 28.59개. 투어 전체 선수 중 49위였다. 그러나 새로운 퍼터를 활용한 뒤로는 평균 퍼트 수를 1.60개로 끌어내렸다. 이번 대회 출전 선수 중 6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상위권의 그린 적중률(80.56%)에 신들린 퍼팅까지 합쳐지자 이경훈에게 날개가 생겼다. 실제로 퍼팅으로 얻은 이득 타수도 9위(4.5타)다.

 

 이경훈은 “피칭 웨지를 친 17번홀 티 샷이 매우 중요했다. 16번홀에서 보기를 해서 모멘텀이 조금 꺾일 수도 있었으나 17번홀에서 좋은 샷을 해서 마무리까지 잘할 수 있었다”면서 “목표는 투어 챔피언십까지 가는 것이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앞에 놓인 대회에 최선을 다하면서 시즌을 잘 마치고 나면 페덱스컵 랭킹 30위 안에 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AP/뉴시스

 

사진설명: 이경훈이 17일 PGA 투어 AT&T 바이런 넬슨 4라운드 17번홀에서 버디 퍼트를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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