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이룬 꿈…‘79전80기’ 이경훈 “믿기지 않는다”

 

[스포츠월드=이혜진 기자] 마침내, 이뤘다.

 

79전80기다. 이경훈(30)이 꿈에 그리던 미국프로골프(PGA) 정상에 올랐다. 1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파72·7468야드)에서 열린 PGA투어 AT&T 바이런 넬슨(총상금 810만 달러) 4라운드에서 버디 8개와 보기 2개를 묶어 6언더파 66타를 쳤다. 이로써 최종 합계 25언더파 263타를 기록, 샘 번스(미국·22언더파 266타)를 3타 차로 따돌리고 생애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우승 상금은 145만8000달러(약 16억4000만원)다.

 

짜릿한 역전극이었다. 절정의 샷 감각을 선보인 이경훈이다. 3라운드까지 번스에 1타 뒤진 단독 2위였으나 2~4번 홀에서 3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선두로 치고 나갔다. 악재도 있었다. 16번 홀 파 퍼트를 앞두고 악천후로 경기가 중단된 것. 2시간 30분가량 대기해야했다. 재개 후 첫 홀에서 보기를 범했으나 17번, 18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경훈은 “경기하기 힘든 조건이었지만 인내심을 갖고 긍정적인 생각을 유지하려 했다”고 말했다.

 

◆ 인내는 쓰고 결과는 달다

 

오랜 기다림이었다. 2016년 PGA 2부 투어에 진출한 지 5년 만이다. 2018~2019시즌부터 정규 투어에 데뷔했으며 통산 80번째 대회에서 감격의 첫 승을 거뒀다. 이전까진 올해 2월 피닉스오픈에서 공동 2위에 오른 것이 개인 최고 성적이었다. 한국 선수로는 8번째로 PGA 우승트로피를 품었다. 앞서 최경주(51), 양용은(49), 배상문(35), 노승열(30), 김시우(26), 강성훈(34), 임성재(22) 등이 결실을 맺은 바 있다. 지난 1월엔 김시우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를 제패했다.

 

이경훈은 국가대표 출신이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리스트다. 2012년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나가시마 시게오 인비테이셔널에서 프로 첫 우승을 차지했다. 2015년과 2016년 한국오픈 2연패를 달성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이경훈은 2022~2023시즌까지 PGA 투어에서 뛸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동시에 20일 개막하는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 출전권을 획득했다. 세계랭킹 또한 59위까지 올리며 100위 이내에 처음으로 진입했다.

 

 

◆ 7월 태어날 아가를 생각하며

 

이경훈 곁엔 든든한 동반자가 있었다. 다름 아닌 아내 유주연 씨다. 미국 문을 두드릴 때부터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로드 매니저를 자처했다. 경기를 마친 이경훈은 아내와 뜨거운 포옹을 나누기도 했다. 부부는 7월 출산을 앞두고 있다. 이번 결실은 가족에게 큰 선물이 됐을 듯하다. 이경훈은 “아내와 (우승을) 함께 나눌 수 있어 기쁘다”면서 “출산까지 2달 정도 남았는데 빨리 아가와 만나고 싶다. (내겐) 완벽한 우승”이라고 웃었다.

 

마음을 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경훈은 “오래 기다린 우승이라 더 기쁘고 믿기 어렵다.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면서 “우승을 확정하기 전엔 (세리머니에 대해) 여러 상상도 했지만 막상 하고나니 아무 생각도 나지 않더라. 응원해준 많은 팬 분들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특히 마지막 18번 홀 그린 주위에서 기다렸다 축하해준 최경주, 강성훈 등에 대해서도 “정말 고맙다. 최경주 선배님께서 ‘우승할 줄 알았다’며 자랑스럽다고 말해주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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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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