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에서 타자로…다시 온 코리안 메이저리거 시대

〔스포츠월드=송용준 기자〕개척자 박찬호가 1994년 LA 다저스와 계약하면서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탄생을 알린 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많은 한국 선수들이 미국 무대를 누볐다. 하지만 2006년 류제국을 끝으로 추신수 만 외롭게 남았던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2013년 류현진을 기점으로 2016년 또 한 번의 ‘코리안 빅리거’ 르네상스를 예고하고 있다.

제2의 코리안 메이저리거 시대는 이전과 다른 특징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가장 큰 차이는 투수에서 타자로 주류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첫 번째 코리안 메이저리거 시대를 이끈 이들은 박찬호와 조진호 김병현 서재응 김선우 봉중근 백차승 류제국 등 투수들이 대부분이었고 타자로는 추신수와 최희섭이 정도였다. 하지만 2010년대에는 류현진을 제외하고 임창용이 잠시 빅리그를 거쳤을 뿐 추신수와 함께 강정호 박병호 김현수 등 야수들이 대거 등장하게 됐다. 여기에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 중인 이대호까지 가세한다면 빅리거가 6명이 되고 그 중 5명이 타자다. 투수 오승환이 빅리그 도전자로 남아있지만 타자가 주류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들이 모두 이전과 달리 KBO리그를 거쳤다는 점도 이전과 달라진 점이다.

이는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의 한국 야구를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한국 투수는 빅리그에서 충분히 통한다는 인식은 있었지만 KBO리그 출신 타자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신이 컸다. 하지만 강정호의 성공 이후 한국 타자들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졌고 올해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한국 타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영입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런 추세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일단 KBO리그의 주축 타자들이 떠나면서 리그의 수준이나 인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1990년대 말부터 200년대 초반까지 유망주들의 대거 미국행으로 팬들의 이목이 메이저리그에 쏠려 KBO리그의 인기하락으로 이어졌던 기억이 있다. 물론 그 때에 비해 KBO리그의 인프라가 좋아지고 팬층도 두터워졌다는 평가도 있지만 스타선수들의 유출이 KBO리그 흥행에 좋은 일만은 아닌 것은 분명하다.

또 하나는 투수들의 진출이 저조한 것에 대한 걱정이다. 류현진 이후 윤석민 김광현 양현종 등이 있기는 했지만 젊은 특급 투수들의 탄생이 더딘 것만은 분명하다. 더군다나 류현진 외에는 빅리그에서 도전했지만 좌절을 겪었다. 또한 현재 KBO리그에서 미래를 이끌 대형 투수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투수 육성에 좀더 시선을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idy015@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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