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 1번 박지수, 2번 강이슬, 3번 허예은입니다.”
마치 선거 유세를 하듯 하나둘 능글맞은 미소를 번뜩인다. 실제로도 시상식의 주인공을 미리 점찍은 듯한 이름들이다. 바로 BNK금융 2025~2026 여자프로농구(WKBL) 정규리그 정상에 오른 KB국민은행의 국가대표 3총사다. 올 시즌 활약만 놓고 보면 최우수선수(MVP) 경쟁이 팀 내에서 펼쳐져도 어색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B는 지난 30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BNK를 94-69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21승째(9패)를 수확해 우승을 확정, 2년 만에 통산 6번째 정규리그 타이틀을 가져왔다.
주축들의 존재감이 곧 우승으로 이어졌다. 유럽 무대를 경험하고 돌아온 박지수는 명불허전이었다. 24경기에서 평균 16.5점 10.1리바운드 1.7블록(리그 1위)을 기록하며 골밑을 장악했다. 시즌 막판에는 4, 5라운드 MVP까지 차지하며 팀 상승세를 이끌었다.
이미 정규리그 MVP만 네 차례(2018~2019, 2020~2021, 2021~2022, 2023~2024시즌) 차지한 슈퍼스타다. 다만 올 시즌 출전 방식이 예년과는 달랐다. 시즌 초 부상 여파로 체력을 완전히 끌어올리지 못한 탓에, 전 경기를 교체로 시작했다. 박지수는 “사실 식스우먼상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웃은 뒤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부담을 줄이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MVP 구도가 한층 흥미로워진 배경이다. 팀 내 또 다른 축들도 레이스에 도전장을 내민다. 강이슬은 외곽과 골밑서 고르게 빛났다. 3점슛 69개를 성공해 이 부문 1위에 오르며 공격의 폭을 넓혔다. 꾸준한 득점력과 공간 활용으로도 빛났다.
여기에 경기당 6.6리바운드로 이 부문 6위에 오르며 골밑 존재감까지 겸비했다. 코트 위에서 후배들을 이끄는 리더십 역시 무시할 수 없을 터. 그는 “각자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한 결과”라며 팀원들에게 도리어 공을 돌렸다.
허예은 역시 빼놓을 수 없다. MVP 레이스에서 두 언니를 위협할 만한 위치다. 30경기 전 경기에 나서 평균 어시스트 6.7개로 두 시즌 연속 도움왕에 올랐다. 공헌도에선 852.80점을 마크, 팀 내 1위이자 리그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코트에서 보여준 영향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공헌도는 득점과 스틸, 블록슛, 리바운드 등에 가점을 부여하고, 야투 실패나 턴오버 등에는 감점을 적용해 선수의 기여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지표다.
세 선수의 조합은 서로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구조다. 골밑의 박지수, 외곽의 강이슬, 그리고 흐름을 설계하는 허예은까지 각자의 영역이 맞물리며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허예은은 “오랜 시간 함께하다 보니 서로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부분이 생겼다”고 미소 지었다.
최고 중 최고를 가릴 시간이 온다. 모두 번뜩이는 활약을 펼친 만큼 수상자를 쉽게 가리기 어려울 전망이다. WKBL 사무국은 다음 달 6일 서울 용산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시상식을 연다. 정규리그 MVP를 비롯해 베스트5, 아시아쿼터 선수상 등이 발표되는 만큼 시선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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