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의 트레이드 기간은 언제나 시끌벅적하다. 각 팀의 프런트는 전력을 보강하고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계산기를 두들기고, 팬들은 자연스레 “어떤 선수가 어떤 팀으로 가는가”에 시선을 집중한다. 이번 시즌 역시 많은 선수가 트레이드를 통해 팀을 옮겼다.
애틀란타 호크스를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에 올려놓으며 팀을 이끌던 에이스 트레이 영은 올 시즌 워싱턴 위저즈로 트레이드됐고, 그 외에도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나 제임스 하든 등 왕년의 슈퍼스타들이 새로운 팀으로 둥지를 옮겼다. 지난해엔 댈러스 매버릭스의 현재이자 미래였던 루카 돈치치가 LA 레이커스로 깜짝 이적해 NBA의 판도에 큰 변화가 일어나기도 했다.
트레이드를 통해 선수단이 바뀌면 다양한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선수 몇 명이 바뀌었을 뿐인데 어떤 팀은 하루아침에 낯설어지기도 한다. 이 변화의 중심엔 두 가지 핵심 요인이 존재한다. 바로 리더십과 응집력이다. 트레이드는 새로운 선수와 기존 선수 간의 위계 및 역할을 바꿀 수 있다. 실제로 선수들은 팀 내 관계에 따라 플레이 스타일이 바뀌기도 하고, 낯선 역할에 불만을 표하기도 한다.
여기서 위계는 상하 관계가 아닌 결정권의 틀을 의미한다. 순간 판단이 빨라야 하는 농구에서 결정권의 틀이 흔들리게 되면,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기본적으로 서로 눈치를 보느라 판단이 미뤄진다. 이러한 판단 지연은 경기력을 저하 시킬 수 있다. 작전 타임 직후나 수비 전환, 클러치에 누가 어떻게 콜을 하고 방향을 설정할 것인지 명확한 결정권의 위계를 정할 필요가 있다.
트레이드 후 팀은 리더십과 응집력을 고려해 최대한 신속하고 정확하게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 스타 선수가 합류할 때 나타날 수 있는 오해 중 하나가 바로 ‘스타가 왔으니, 자연스럽게 리더의 역할을 맡아주겠지’이다.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2023년 LA 클리퍼스로 합류했던 제임스 하든의 사례를 떠올릴 수 있다. 당시 하든은 팀에 적응하지 못했고, 팀도 연패를 겪었다. 슈퍼스타인 하든과 팀 선수들이 서로 눈치를 보느라 팀플레이가 어수선해졌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스포츠심리학에선 트레이드 직후 ‘결정권의 위계’를 명확하게 하되, 팀 리더십의 기능은 공유하는 것을 권장한다. 팀 리더십이란, 주장 1명에게 모든 것을 기대하기보다는 선수의 특성과 능력을 고려해 팀 리더의 역할을 분업화하고 재배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족 단위에서도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각 역할은 과제, 동기, 사회, 외부의 4가지 영역으로 구분된다. 과제 리더(Task Leader)는 경기 중 팀의 콜 사인과 상황 판단을 정하거나 팀원들에게 이에 대한 피드백을 주는 역할이다. 동기 리더(Motivational Leader)는 경기 중 팀 분위기와 각성 수준을 정돈하고, 팀에 에너지를 불어넣는 역할을 맡는다. 사회 리더(Social Leader)는 팀 구성원 간 갈등을 정리하고, 관계를 봉합한다. 외부 리더(External Leader)는 프런트나 미디어, 팬과의 관계를 대표하여 소통을 맡는 역할을 맡는다.
즉, 누가 리더를 맡느냐보다, 팀 구성원에게 어떤 역할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부상이나 관리로 인해 교체와 결장이 빈번한 NBA에서는 각 역할에 2명 이상이 리더십을 나눠 갖는 리더십 공유 또한 권장된다. 리더 한 명에게 모든 의사결정을 몰아주기보다는 리더십 공유를 통한 역할 분배가 경기력을 올리고 성과를 내는 데 더 긍정적인 것이다.
단, 제대로 된 설계 없이 팀 리더십의 공유를 적용한다면, 오히려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위험도 있다. 책임감이 분산돼 사회적 태만, 의견 충돌로 인한 의사결정 지연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팀 리더의 역할은 선수단 성향을 고려하여 타이틀이 아닌 행동 지침으로 주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팀의 ‘동기 리더’라고 명시하기보다는 ‘흐름이 흔들릴 때 박수 치며 선수들 독려하기’, ‘작전 타임 후 첫 수비 포제션에서 팀 구호 외치기 등’으로 역할을 분배하는 것이다.
선수 개인의 역할과 위계를 정돈했다면, 다음 단계는 팀 응집력이다. 팀의 성과는 응집력에 의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NBA에서 왕조를 구축하거나 우승을 한 팀들의 공통점은 바로 높은 팀 응집력이다. 스타 선수의 합류로 전력이 상승했는데도 성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는 이 응집력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팀 응집력은 과제 응집력과 사회 응집력으로 나뉜다. 과제 응집력은 경기나 훈련을 실시할 때 팀이 결속되는 힘을 의미하고, 사회 응집력은 팀 구성원 간의 관계적 유대감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팀의 플레이 스타일이나 선수들의 실력, 훈련장 규칙 등에 선수단 대부분이 긍정적으로 느낀다면 과제 응집력이 높은 것이다. 만약 팀 선수들끼리 훈련이나 경기가 없는 날에도 함께 어울려서 시간을 보내거나 가족들끼리도 친하다면, 이는 사회 응집력이 높은 것이다.
새로운 선수가 팀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두 응집력 모두가 중요하지만, 프로의 레벨에서는 사회 응집력에 비해 과제 응집력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사회 응집력은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만, 과제 응집력의 경우 골든타임을 놓치면 선수들이 따로 플레이하는 것에 익숙해진다. 또한 공유된 규칙이나 결정권이 부재하면, 선수들은 각자의 경험으로 규칙을 해석할 위험이 크다. 그리고 이러한 위험은 시간이 지날수록 선수들이 책임을 회피하려는 성향으로 나타나게 된다. 팀 플레이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진다.
트레이드의 세세한 목적은 팀마다 다르다. 윈 나우(Win-Now)를 목표로 하는 팀, 미래를 설계하며 탱킹하는 팀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하지만 큰 틀에서의 목적은 결국 원 팀을 만들고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기 위함이다. 따라서 트레이드 직후 각 팀은 리더의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선수를 결정하고 명확한 결정권을 확립하는, 이른바 팀 빌딩에 집중해야 한다. 단순히 ‘스타 선수가 뭉치면 우승할 수 있다’라는 믿음은 많은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실패 가능성 또한 크기 때문이다.
트레이드는 팀의 전력을 바꾸는 작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팀의 언어를 새로 만들고 수정하는 작업에 가깝다. 트레이드 이후의 성과는 이름값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리더십을 재배치하고, 한 팀으로 응집하는 속도에서 갈린다. 팀의 레벨과 성과는 결국 리더십과 응집력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글=권혁주 박사, 정리=이혜진 기자
권혁주 박사는...
△멘탈 퍼포먼스 멘탈 디렉터 △스포츠심리학 박사 △스포이즘 운영지원팀 팀장 △인하대학교 강사 △국제사이버대학교 비전임교원 △한국스포츠학회 심사위원 △인천광역시 스포츠과학센터 심리기술훈련 지원(2024-2026) △충남스포츠과학센터 스포츠과학교실 특강(2025) △인천체육고등학교 심리트레이닝(2024-2026) △경주한수원 여자축구단 심리기술훈련 지원(2024) △인천광역시청 여자핸드볼선수단 심리기술훈련 지원(2025) △원종고등학교 사격팀 심리기술훈련 지원(2022-2024) △SOL FC U18 심리기술훈련 지원(2024) △내동중학교 탁구팀 심리기술훈련 지원(2021) △전라남도교육청 스포츠심리상담사(2018-2020) △전남체육중·고등학교 멘탈트레이너(2017) △저서 ‘운동화와 함께 뛰는 긍정의 멘탈트레이닝 II(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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