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층이 얇고, 시스템도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길을 찾아 꿈의 무대까지 닿았다. 루지 여자 1인승의 정혜선(강원도청)과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임해나-권예(이상 경기일반) 조가 위대한 도전에 나선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4일 차를 여는 10일, 루지와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태극전사들이 하루를 연다. 오전 1시 코르티나 슬라이딩 센터에서는 루지 여자 1인승 1·2차 주행에 나서고, 이어 오전 3시20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는 임해나-권예 조가 개인전 리듬댄스를 치른다.
‘불모지’에서 피낸 도전장이다. 두 종목 모두 한국에선 선수층이 얇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혜선이 나서는 루지는 봅슬레이, 스켈레톤과 함께 썰매 종목을 이룬다. 스켈레톤이 엎드린 채 머리부터 내려오고, 봅슬레이가 썰매 안에 앉아 탑승한다면, 루지는 등을 대고 누운 자세에서 발부터 슬라이드를 내려온다. 종아리와 허벅지로 러너(썰매 날)에 압력을 가하고, 어깨와 상체의 미세한 기울기로 방향을 조절한다.
한국 루지는 여전히 개척 단계다. 귀화선수 등 여러 시도가 이어졌지만,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싱글에 출전한 에일린 프리쉐의 최종 8위가 역대 최고 성적이다. 이번 대회 여자 1인승 출전자는 정혜선이 유일하며, 아시아 전체로 넓혀도 왕페이쉬안(중국)까지 두 명뿐이다.
국가대표 13년 차 베테랑 정혜선은 돌고 돌아 올림픽 무대에 처음 닿았다. 그는 올 시즌 열린 5차례 국제루지연맹(FIL) 월드컵에서 포인트 64점을 쌓아 출전권을 확보했다. 여자 싱글은 이틀 동안 네 차례 주행한다. 각 시기는 1000분의 1초 단위로 기록되며, 네 번의 기록을 합산해 순위를 가린다. “첫 번째이자 마지막 올림픽이 될 수도 있는 무대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게 정혜선의 각오다.
아이스댄스 임해나–권예 조는 현재 국내 유일의 시니어 아이스댄스 듀오다. 한국 피겨가 동계올림픽 아이스댄스 종목에 출전한 것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양태화-이천군 조), 2018년 평창(민유라-알렉산더 겜린 조)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한국 피겨에서 아이스댄스와 페어는 파트너 매칭 자체가 쉽지 않은 종목이다. 선수 발굴 단계부터 벽에 부딪힌다. 한국과 캐나다 이중국적자인 임해나와 중국계 캐나다인 출신 권예의 환상 호흡이 돋보이는 배경이다. 둘은 주니어 시절인 2021~2022시즌부터 한국 아이스댄스 간판으로 국제무대를 누볐다. 2022~2023시즌에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이 종목 한국 최초의 금메달을 합작하기도 했다.
생애 첫 올림픽 출전을 위해 귀화를 택했다. 피겨 일반 국제대회는 국적이 달라도 짝을 이룰 수 있지만, 올림픽은 두 선수의 국적이 같아야 한다. 권예가 2024년 12월 특별 귀화를 선택한 것. 꿈에 그리던 데뷔전도 마쳤다. 앞서 열린 단체전(국가별 7위)을 통해 이미 올림픽 무대를 한 차례 경험한 바 있다.
시선은 이제 주종목으로 향한다. 임해나와 권예는 지난해 3월 ISU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국가별 출전권 1장을 확보했고, 국가대표 선발전을 거쳐 올림픽 티켓을 손에 넣었다. 10일 개인전 리듬댄스에서 준비해 온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선보인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