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보드 이상호(넥센)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나선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자신감을 충전했다. 동계올림픽 한국 설상 종목 사상 첫 메달(은메달)의 주인공이었던 그는 기세를 몰아 8년 만에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이상호는 지난달 31일 슬로베니아 로글라에서 열린 2025~2026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 알파인 남자 평행대회전 결승전에서 롤란드 피슈날러(이탈리아)를 0.24초 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은 가파른 경사면에 설치된 여러 개의 기문을 통과해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하는 선수가 승리하는 경기로, 국내에서는 이상호가 최강자다. 월드컵 우승은 역대 4번째로 2024년 3월 독일 빈터베르크 대회 이후 1년 10개월만이다.
이상호의 별명은 ‘배추보이’다. 고향인 강원도 정선군 눈 쌓인 고랭지 배추밭에서 연습했다는 일화가 알려져 붙은 별명이다. 처음 나선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설상 종목에 새 이정표를 세웠다. 2022 베이징 대회에서는 8강에서 2014 소치 대회 2관왕 출신 빅 와일드에게 0.01차로 패하며 5위에 그쳤다. 하지만 각종 대회에서 10위권 안팎을 유지하면서 정상급 실력을 과시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을 이끌 남자 주장에도 선정되면서 존재감을 입증했다.
부상도 이겨냈다. 이번 올림픽을 1년여 앞둔 지난해 초 왼쪽 손목 골절 수술을 받아 재활에 매진했다. 생애 세 번째 올림픽을 앞두고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지난달 24일 오스트리아 지몬회헤 월드컵에서 4위에 오른 그는 올림픽 전초전으로 나선 이번 대회에서 정상을 차지하며 올림픽 메달에 청신호를 켰다.
박빙의 승부였다. 예선을 2위로 통과한 이상호는 16강과 8강, 4강을 거쳐 결승 무대에 올랐다. 결승 상대인 피슈날러는 이번 대회 전까지 올 시즌 우승 3회, 준우승 1회로 맹위를 떨친 베테랑. 예선도 1위를 차지했다.
이상호는 첫 번째 측정 구간에서 피슈날러에게 0.16초 뒤졌지만 혼신의 힘을 다했다. 두 번째 구간을 0.14초 빨리 통과한 그는 전력으로 질주했다. 결국 둘은 거의 동시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비디오 판독 결과 이상호의 왼손 끝이 피슈날러보다 살짝 앞선 것으로 확인됐다. 우승이 확정되자 이상호는 양 팔을 들고 환호했다.
이상호는 우승 뒤 “이번 시즌은 역대 최강의 경쟁 구도였다. 100% 이상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며 “긴장하긴 했지만 잘 해냈다는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림픽 전에 우승이 필요했다. 시즌 초반이 정말 최악이었다”며 “올림픽을 위해 여러 장비를 시험했는데, 마침내 우승을 해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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