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역사, 밀라노의 문을 연다…믹스 더블 선영석 “이탈리아서 가장 마지막까지”

사진=뉴시스

“가장 늦게 올림픽 티켓을 딴 만큼, 가장 마지막까지!”

 

한국 컬링 믹스더블(혼합복식) 국가대표 김선영(33·강릉시청)과 정영석(31·강원도청)의 눈빛이 반짝인다. 새 역사를 정조준한다. 역대 최초로 자력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상황. 2018 평창 대회 땐 장혜지-이기정 조가 출전했지만, 당시엔 개최국 자격으로 얻은 기회였다. 내친 김에 시상대까지 가보려 한다. 김선영은 “지난해 믹스더블 국가대표 선발전 우승 후 (정)영석이를 업었다. 올림픽서 메달을 딴다면 (이번엔) 앞으로 안고 사진을 찍겠다”고 활짝 웃었다.

 

돌이켜보니, 운명이었던 것일까. 시작은 다소 밋밋했다. 2022년 강릉시청-강원도청 선수 간 믹스더블 조를 결성할 때였다.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둘은 얼떨결에 한 팀이 됐다. 화려한 서사는 아닐지라도, 둘은 차근차근 자신들의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각자의 이름을 합쳐 팀 명칭을 선영석(선영+영석)으로 지었다. 찰떡호흡을 자랑했다. 매서운 눈의 정영석이 전체 라인을 읽고 스톤의 궤적을 설계하면, 김선영은 정교한 감각과 풍부한 경험으로 스위핑을 책임졌다.

 

사진=김두홍 기자

 

걸어온 길은 다르지만, 바라보는 곳은 같다. 김선영은 여자 컬링 선수 최초로 3회 연속 올림픽행에 성공했다. 2018 평창 대회서 여자 컬링 ‘팀 킴’의 일원으로 은메달을 합작했다. 2022 베이징 대회 때도 ‘팀 킴’과 함께 나섰다. 정영석은 이번이 첫 올림픽이다. 과거 비실업팀인 경기도컬링경기연맹 소속으로 뛰며 컬링 강사, 전력분석가로 활약하기도 했다. 2020년 한국컬링 선수권 대회서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정상에 오르던 순간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쉽지 않은 여정, 그 과정에서 팀 ‘선영석’은 더욱 단단해졌다. 지난해 8월, 대한컬링연맹이 임명석 믹스더블 대표팀 감독에 대해 불승인 처분을 내린 것이다. ‘훈련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졸지에 지도자 없이 시즌을 치르게 된 것.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서로를 의지하며 더욱 끈끈해졌다. 지난해 12월 올림픽 최종 예선이었던 올림픽 퀄리피케이션 이벤트(OQE)에서 랭킹 1위 호주(탈리 길-딘 휴잇 조)를 꺾고 올림픽 막차를 타는 데 성공했다. 

 

사진=김두홍 기자

 

힘겹게 거머쥔 올림픽 티켓인 만큼 순간순간이 더없이 소중하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향한 각오가 남다른 배경이다. 김선영은 “첫 올림픽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밀라노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자신감을 갖고 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영석은 “최고의 순간을 만들겠다”고 운을 뗀 뒤 “우리가 올림픽 컬링 믹스더블팀 중 가장 늦게 출전권을 땄지만, 금메달을 목에 걸고 가장 늦게 올림픽 현장을 떠나겠다”고 다부진 포부를 전하기도 했다.

 

결전의 그날이 가까워진다. 이번 올림픽엔 10개 팀이 출전한다. 믹스더블 쪽에선 이탈리아, 노르웨이, 캐나다 등이 강팀으로 분류되지만, 크게 연연해하지 않는다. 팀 ‘선영석’ 조는 이들을 모두 꺾은 기억이 있다. 심지어 팀 ‘선영석’은 한국 선수 중 가장 먼저 경기를 시작한다. 공식 개막 이틀 전인 4일(현지시간) 스웨덴과 예선전을 치른다. 한국 선수단 전체 사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어깨가 무겁다. 김선영은 “대한민국 스타트를 잘 끊어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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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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