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 감독님 이렇게 잘하시면 다음 감독은 어떻게 옵니까. 다음에 한국 감독은 못 옵니다.”
정정용 현 전북 현대 감독이 김천 상무를 지휘하던 지난 시즌, 거스 포옛 전북 감독을 만나 이렇게 농담했다. 당시엔 자신의 자리가 될 것이라곤 1%도 예상하지 못했다. 가장 부담스럽다 혀를 내둘렀던 자리, 아이러니하게도 정 감독의 것이 됐다.
무거운 책임감을 어깨에 짊어지고 새출발을 알린다. 전북은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정정용 감독 취임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 감독은 “걱정, 우려 없을 수가 없다. 전 감독님께서 더블을 달성했고, 오를 곳이 없다 보니 동기부여가 떨어질 수가 있다. 팬들께서도 걱정하시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저를 믿고 이 자리에 세워주신 만큼 구단이 원하는 방향과 팬들께서 원하시는 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전북은 지난 시즌 더블을 달성하면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동행은 이어지지 않았고 사령탑 자리는 공석이 됐다. 그 뒤를 맡은 정 감독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정 감독은 “목표는 우승이다. 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도 잘 준비해서 도전하고 싶다”며 “구단 박물관도 생기지 않았나. 거기에 우승컵을 올려놓고 싶다. 또 내가 이 팀을 떠날 때도 박수받고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선수로서 프로 무대는 밟지 못했다. 설움을 딛고 인고의 시간을 거쳐 인정받는 지도자가 됐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모든 연령대를 가르쳤다. 또 프로에서도 2부, 1부를 모두 지도했다. 안 해본 자리가 없다. 정 감독은 “전 세계에 유례없는 군인팀까지 맡았다. 이젠 최고의 구단에 지도자가 됐다. 지도자로서 꽃을 피우고 싶은 마음에 전북에 왔다”며 “엘리트 선수 100명 중 한 명만이 프로 선수가 될까, 말까 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고 남은 99명의 선수가 지도자로 성공하지 못한다는 건 아니다. 충분히 길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 역할을 조금이나마 감당할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축구의 시작이다. 정 감독은 “전임 감독님께서 만든 위닝 멘털리티 등은 가져가고 싶다. 다만 변화를 주고 싶은 부분은 전술이다. 디테일하게 각 포지션을 극대화하고 싶다”며 “빌드업 때 점유율을 높이기보단 빠르게 상대 진영에 깊숙이 침투해 마무리하는 것이 나의 게임 모델”이라고 밝혔다.
정 감독이 여러 무대에서 가르친 선수들이 많다는 장점도 있지만, 현재 전북엔 지난 시즌 스쿼드에서 출혈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는 “김천에 있을 때 좋은 선수들과 함께했고, 연령별 지도자도 하면서 많은 선수들을 알고 있다. 가르치는 건 자신 있다. 좋은 선수 영입은 분업화가 돼 있는 구단과 함께하면 가능할 것”이라면서 “홍정호가 포옛 감독님께 수비를 디테일하게 배웠다고 알고 있다. 만나면 물어보고 싶었지만. 이 부분은 구단과 선수의 온도 차가 있었을 것이다. 김승섭을 비롯해 새로 합류하는 선수들 모두 가능성이 크다. 좋은 팀으로 만드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정 감독은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만 선수들이 따라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다. 스스로가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며 “팬분들의 걱정도 알고 있다.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90분 내내 열정적인 모습을 만들어 보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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