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2025 결산②] 지나간 1년2개월, 남은 7개월…홍명보호의 '빛과 그림자'

 1년 2개월을 달려온 홍명보호가 올해 마지막 A매치를 마무리했다. 2025년 최종 성적은 8승3무2패. 지난 6월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내 11회 연속 진출이라는 가장 중요한 목표를 달성했고, FIFA 랭킹 22위를 유지하며 월드컵 조 추첨 포트2도 사실상 확정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합격점이지만, 남은 숙제가 너무 무겁다. 본선까지 남은 시간은 반년 남짓. 소집 기회는 내년 3월 단 한 번뿐이다. 홍 감독은 그동안 스리백 전술과 포지션별 실험을 이어왔다. 하지만 경기력은 출항 때와 비교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사상 첫 원정 월드컵 8강 목표를 위해서는 더 완성도 높은 전술적 색채와 경기력 향상이 시급하다.

 

◆GOOD

 우선 가장 중요한 결과를 챙겼다. 한국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을 시작으로 북중미 대회까지 11회 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전 세계에서 6번째에 해당하는 대기록을 썼다. 월드컵 본선 11회 이상의 기록을 가진 국가는 브라질(22회), 독일(18회), 이탈리아·아르헨티나(이상 14회), 스페인(12회) 등 5개 국가뿐이다. 이중 우승 경험이 없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선수 기용 폭을 넓힌 부분도 긍정적이다. 지난 3월 양민혁(포츠머스)이 A매치 데뷔전을 치렀고, 수비수 이한범(미트윌란)은 6월 생애 처음으로 A매치에 나섰다. 동아시안컵에서는 이동경(울산), 김진규, 박진섭(이상 전북), 김문환(대전), 이태석(오스트리아 빈·대회 당시 포항) 등을 기용하며 K리거 위주로 점검했다. 이후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트바흐), 권혁규(낭트) 등도 A매치에 데뷔했다.

사진=뉴시스

 과감한 선발 라인업을 구성하기도 했다.  홍 감독은 지난 18일 가나전에서 볼리비아전과 비교해 선발 8자리를 바꾸는 파격 라인업으로 나섰다. 실험과 함께 고르게 경험치를 부여했다. 한준희 쿠팡플레이 해설위원은 “선수 선발 폭을 합리적으로 넓혀 선수 풀을 늘려놨다”며 “자연스럽게 선수단 전체의 평균 연령도 낮아졌다. 특히 폼 좋은 선수를 꼬박꼬박 불러들여 A매치 경험을 쌓은 점은 추후 본선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달 2연전에선 부실한 중원에 실험에 박차를 가했다. 황인범(페예노르트) 등 주축 선수가 빠지자 볼리비아전에 김진규-원두재(코르파칸), 가나전은 카스트로프-권혁규로 나섰다. 김대길 KBS 해설위원은 “그동안 뛰지 않았던 미드필더들이 경기에 나섰다. 경기 내용이 안 좋긴 했지만, 실험해야 플랜B도 나온다”며 “경험이 부족했던 선수들이 대표팀에 적응할 기회였다는 점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부상자가 나왔을 때 실전 경험이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베스트 11이 확정되진 않았으나, 공격진은 큰 변화가 없을 만큼 안정적이고 탄탄하다. 홍 감독은 이번 2연전에 부상으로 장기간 공백기를 거친 조규성(미트윌란)을 불러들였다. 조규성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볼리비아전 쐐기골을 터트리며 진가를 증명했다. 김 위원은 “오현규(헹크) 하나론 고민되다 보니 손흥민을 자꾸 최전방에 넣었다 뺐다 할 수밖에 없어 혼란스러웠다”며 “조규성이 돌아와서 골맛도 보고 생각보다 좋은 컨디션을 보여준 만큼, 공격수에 대한 고민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사진=뉴시스

◆BAD

 월드컵 참가국이 48개국으로 확대된 만큼, 조별리그에서 공격적인 승점 확보가 필수다. 하지만 공격 전개, 세트피스, 스리백 등 홍명보호의 장점이라고 내세울 만한 뚜렷한 전술적 색채가 아직도 보이지 않는다.

 

 콘셉트조차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어떤 축구를 지향하고, 그래서 어떤 컨셉의 전술을 짜고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며 “짧은 빌드업을 하려고 하는 건지, 점유율을 높여 주도하다 역습을 하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 선수들 개개인의 능력은 좋은데, 그것을 잘 엮어내지 못하는 느낌”이라고 짚었다.

 

 경기 운영 자체가 소극적이니, 추구하는 전술을 알기 어렵다. 한 위원은 “올해 경기를 보면 우리의 경기운영은 상대의 강약과 상관없이 소극적이고 답답했다”며 “윙백의 공격가담, 센터백의 전진이 늘어나야 한다. 또 수비형 미드필더의 활발한 움직임, 빠른 속도의 공격전환 등이 필요하다. 이런 부분이 부족하다 보니 경기가 답답하다. 가나전도 양 윙백이 전진했을 때 득점이 터졌다”고 설명했다.

 

 문제의 핵심은 중원에 있다. 소극적인 모습은 특히 중원에서 자주 드러난다. 빌드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황인범의 대체자는 물론, 파트너조차 찾지 못한 상황이다. 박 위원은 “황인범이 복귀하면 미드필드 쪽에서 지금보다 좋은 플레이가 나올 거라고 본다”면서도 “이번처럼 부상이라든지 컨디션이 안 좋은 상황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지 않나. 대안이 없어 막막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사진=김두홍 기자

 전술적 약점은 자연스레 손흥민(LAFC), 이강인(PSG) 등 에이스에 대한 의존도를 높인다. 이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공격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 문제다. 한 위원은 “이강인이 자꾸 중원으로 내려와 볼을 배급한다. 공격 숫자가 적어지니 공격에서 손해”라며 “이강인은 전방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에 있어야 위력이 극대화된다. 계속 내려오니 장점을 살리지 못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황금 조합, 역설적으로 답답한 부분이다. 홍명보호엔 어느 때보다 유럽파 주축 선수들이 많다. 손흥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인범, 황희찬(울버햄튼), 이강인 등이 포진해있다. 전술이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개개인의 장점이 사라진다. 박 위원은 “역대 월드컵을 살펴봐도 지금처럼 네임 밸류가 높은 선수들이 많았던 기억이 많지 않다. 식재료가 굉장히 좋은 상황”이라며 “사람들이 아쉬워하는 이유다. 식재료가 역대급으로 좋은데 맛있는 음식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요리만 잘한다면 분명 근사한 음식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수비도 아직 미완이다. 이제는 플랜 A처럼 보이는 스리백도 완전하지 못하다. 스리백은 강팀 상대 시 수비에서 수적 우위를 가질 수 있지만, 부진한 빌드업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한 위원은 “스리백을 쓰면 중원 숫자가 가뜩이나 부족해진다. 중원이 갖춰지지 않으면 스리백의 단점은 더 노출된다”고 분석했다. 박 위원은 “스리백은 현실적인 선택이다. 월드컵 무대에선 우리가 아직 언더독이다. 멤버가 좋은 만큼 전술이 받쳐주면 공격적으로 가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기에 수비 숫자를 늘려서 막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아직 남았지만, 본선에서도 스리백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더 세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 소집은 내년 3월, 이후 바로 월드컵이다. 전술을 가다듬을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 박 위원은 “단기간에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할 시간”이라며 “세트 플레이 패턴을 몇 가지 확실하게 약속한다든지, 할 수 있는 것만 해야 한다. 공격은 갑자기 확 바꾸기 어렵다. 대신 짧은 수비를 강화하는 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남은 7개월, 완성도에 쏟아부어야 한다. 이제 홍명보호는 현실적으로 효율성과 효과성을 냉철하게 판단해 실행에 옮겨야 한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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