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는 이렇게 산다] 92세에도 현역… 젊음·건강 지키는 ‘계속의 힘’

명사는 이렇게 산다
‘국민 주치의’ 이시형 의학박사

70년 가까이 현역 의사로 활동
국내 정신건강 분야 권위자로
강연·집필 등 바쁜 일정 소화
최근 청담셀의원 명예원장 맡아
재생의학 분야까지 관심 넓혀

나이가 얼마든 목표를 갖는 게
면역력과 건강에 중요한 역할
분명한 목표가 있는 사람들은
쉽게 지치거나 빨리 늙지 않아
스트레스와 싸우는 태도 안돼
마음의 해석 따라 경험되기도

 

대한민국을 이끄는 명사들의 힘은 건강한 몸과 단단한 마음에서 나옵니다. 이제 현대인에게 건강관리는 성과를 내기 위한 능력이자 삶을 지속시키는 ‘생존 기술’이 됐습니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는 각 분야의 저명인사들을 만나 그들의 루틴과 컨디션 관리 비법을 듣고, 탁월한 성취를 지탱하는 ‘몸을 다루는 기술’을 소개합니다. 첫 주자는 국민주치의 이시형 의학박사입니다.<편집자주>

이시형 청담셀의원 명예원장이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에서 건강 유지 비결을 설명하고 있다. 여전히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이 박사는 목표가 뚜렷한 사람은 쉽게 지치거나 늙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일을 멈추는 순간, 노화에 가속도가 붙습니다.”

 

파이어족을 꿈꾸고, 당장 내일이라도 사표를 던지고 싶다는 청년층이 가득한 요즘. 90대 의사는 오히려 ‘평생 현역’이 젊음과 건강을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70년 가까이 현역 의사로 활동 중인 이시형 청담셀의원 명예원장(의학박사, 92)는 국내 정신건강의학을 대표하는 원로이자 ‘국민 주치의’로 꼽힌다. 이 박사는 여전히 강연·집필·상담·학회 활동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활력이 넘치는 그는 최근 청담셀의원 명예 원장을 맡으며 재생의학 분야까지 관심을 넓히고 있다.

 

“어떻게 그렇게 끊임없이 에너지가 넘치세요?”라는 질문이 절로 나왔다. 그는 오랜 기간 꾸준히 이어온 의사로서의 ‘현역성’ 자체가 곧 건강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90대 의사가 단 하루도 거르지 않은 ‘이것’

 

이 박사의 하루는 해가 뜨기 전 시작된다. 새벽 5시, 늦어도 5시 반에 일어난다. 가족들은 모두 잠든 이 시간이 이 박사에게는 소중한 자기관리 시간이다. 방에서 40분간 스쿼트, 푸시업, 팔벌려뛰기 등 맨손체조를 하고 스텝퍼에 오른다. 간단한 스트레칭과 호흡 명상도 잊지 않는다. 이 루틴은 무려 50년 넘게 이어졌다. 출장지에서도 단 한 번도 빠뜨린 적이 없다고.

 

저녁에는 아파트 단지 내 숲길을 20분 정도 걷는다. 산책로 주변에는 오래된 나무가 많아 계절 냄새를 가장 먼저 느낄 수 있어 좋아한다.

 

이 박사는 “운동은 거창할 필요가 없다. 중요한 건 반복”이라며 “내 하루 운동량은 고작 이 정도(60분)이지만 계속한다는 힘이 결국 몸을 지켜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생 은퇴하지 않는 것, 어떻게 젊음의 비결?

 

이 박사는 최근 윤방부 박사와 함께 ‘평생 현역으로 건강하게 사는 법’을 펴냈다. ‘최대한 일하지 않고 싶다’는 요즘 세대의 견해와 완전히 반대된다. 그에게 현역으로 남아 있다는 건 단순히 일을 계속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 박사는 나이가 얼마든 삶의 목표를 갖는 게 면역력과 건강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이라고 피력한다. 분명한 목표가 있는 사람은 이를 이루기 전까지 쉽게 지치거나 늙지 않는다는 것.

 

그는 “현재의 왕성한 활동도 결국 이 소명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이 박사는 “의사라는 직업은 죽는 날까지 공부해야 한다”며 “강의하려면 책을 읽으며 최신 지식을 따라가려면 자료를 찾아보고 환자를 만나면 그 삶을 배우게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일상 속에서 계속 움직이고 배우는 과정이 곧 건강의 원동력이 됐다”며 “국민 건강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지금의 저를 만든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서울 청담셀의원 명예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한 달에 한 번 환자들을 만나 건강 특강을 연다. 이 박사는 이곳 조찬호 청담셀의원 대표원장 아버지와 고등학교 동창이자 친구였다. 조 원장의 결혼식 주례도 섰다.

 

마냥 어려 보였던 친구의 아들은 이제 프리쥬비네이션 특화 의료기관을 이끌고 있다. 두 사람은 세로토닌 밸런스를 잘 유지하면서 세포의 재생력을 높이는 게 젊음을 설계하는 길이라고 본다. 이 박사는 “다른 세대, 다른 분야를 다룬 두 의사가 함께 건강을 연구하고 공감하는 게 참 멋지지 않나”라며 웃음을 지었다.

이시형 박사와 조찬호 청담셀의원 대표원장(왼쪽)이 청담셀의원 중정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두홍 기자

◆90대도 외모관리 합니다… “나를 존중하는 방식”

 

이 박사는 인터뷰 당일 깔끔하게 다린 셔츠와 재킷을 멋지게 소화했다. 스카프로 포인트도 더했다. 그는 여전히 멋을 내는 게 즐겁다. 그는 나이가 들어도 스스로를 ‘근사하게 가꾸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젊을 때는 젊다는 사실 자체가 매력이다. 다행히 부모님이 큰 키를 주셨다. 외모도 소싯적 빠지지 않았다(웃음)”며 “하지만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외적인 에너지가 줄어든다. 그렇다고 해서 관리를 놓아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사회적 존재인 만큼 외모 관리는 단순한 치장이 아니라 자신감과 자존감의 기반이 된다.

 

이 박사는 “나이 들수록 외적인 매력은 자연히 줄지만 그렇다고 꾸밈을 놓아버리면 마음도 쉽게 무너진다”고 지적했다. 염색하거나 분위기를 정돈하고 옷차림을 깔끔하게 유지하는 것도 결국 스스로를 존중하는 방식이라는 것.

 

그는 “남녀노소 사람은 본능적으로 매력 있는 사람에게 시선이 가지 않나. 저는 외적인 관리도 인간관계에서 일종의 배려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노화에 투항하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박사는 “노화는 자연 현상이다. 개인차만 있을 뿐 누구나 나이에 맞게 늙어가는 게 정상”이라며 “‘항(抗)’이라는 말은 마치 노화를 적으로 두고 싸우겠다는 의미인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몸은 자연의 일부이니 순리에 맡겨야 한다. 자기 나이에 맞게 자연스럽게 나이드는 ‘순노화(順老化)’가 필요하단 의미”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이시형 박사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루틴한 삶에 의학적 처치 더했더니 ‘시너지’

 

외모 관리의 관점에서 가장 솔직했던 부분은 ‘줄기세포 치료’에 대한 답변이었다. 최근 그는 청담셀의원 명예 원장으로 활동하며 줄기세포 기반 재생의학 기술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다. 줄기세포 치료에 대한 견해를 묻자 그는 웃으며 “저도 수차례 맞았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자신에게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정맥으로 투여하는 방식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줄기세포를 링거로 주입하면 손상된 세포를 회복시키고 신생혈관을 형성해 혈액순환을 도우며, 단백질 합성효과를 높여 전신 재생작용을 기대할 수 있다.

 

이 박사는 의학적으로도 줄기세포 치료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저보고 ‘주름이 없다’, ‘얼굴이 또렷하다’는 말을 한다. (줄기세포 치료는) 외적 변화보다 내 마음이 밝아지는 효과가 큰 것 같다. 외모 관리는 결국 ‘나는 지금도 살아 있고, 나는 나 자신을 돌본다’는 메시지를 스스로에게 주는 게 아닐까”라며 미소지었다.

이시형 박사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고독은 껴안고, 스트레스는 ‘그냥 있다 가라’

 

그는 노년까지의 건강을 결정짓는 마지막 요소로 스트레스를 다루는 ‘마음의 근육’을 꼽았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며 피할 수 없는 삶의 일부다. “스트레스 없는 사람이 어디있나. 누구나 살아 있는 동안 스트레스를 겪는다”며 “문제는 스트레스 자체가 아니라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여부”라고 지적했다.

 

이 박사는 스트레스를 ‘적’으로 두고 싸우려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 이 일 때문에 죽겠다’고 생각하면 정말 건강이 무너진다. 스트레스는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냥 ‘왔구나, 있을 만큼 있다가 가라’ 하고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수많은 삶의 경험을 쌓아온 90대의 의사는 사실 모든 스트레스는 오래가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결국은 지나가게 돼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있다고 말한다. 그는 “배신·갈등·상실 같은 인간사도 결국 마음의 해석에 따라 상처가 되기도, 경험이 되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이 박사는 이와 관련 한국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건강 위험 요인으로 ‘고독’을 지목했다. 이를 다루는 책도 저술 중이다. 그는 “현대인들은 항상 바쁘고 관계 속에 있는 듯 보이지만 마음은 늘 불안정하지 않나. 실제로 ‘급한 일이 생겼을 때 전화할 데가 없다’는 사람이 56%에 이른다는 통계도 봤다”며 “이는 생명력을 갉아먹는 사회적 질병”이라고 진단했다.

 

고독을 견디게 하는 힘은 관계의 지속이다. 이 박사는 지금도 고등학교 동창들과 한 달에 두 번 점심을 함께한다. “스스럼없이 마음을 나눌 친구가 있다는 건 정신건강의 큰 지지대”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고독을 모두 부정적으로 보지 않았다. 외로움으로 고통받는 병적인 고독과 달리 창작자처럼 혼자 있는 시간을 성찰·생산으로 전환하는 ‘승화된 고독’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혼자 있는 시간이 절망이 될 수도 있지만 성숙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고 마지막으로 강조했다. 고독을 피하려 하기보다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고독으로 바꾸려는 태도가 건강을 지키는 힘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시형 박사는... 1934년 대구 출생. 경북고, 경북대 의대를 거쳐 미국 예일대에서 신경정신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경북대·성균관대 의대 교수와 서울대 의대 외래 교수를 지냈다. 고려병원(현 강북삼성병원)·이스턴주립병원 청소년과 과장, 강북삼성병원 원장 등을 역임했다. 대한신경정신학회 벽봉학술상과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은 바 있다. ‘면역 혁명’, ‘세로토닌 하라’ 등 베스트셀러 작가로 활동 중이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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